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으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HW)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에 힘쓰지만 삼성전자를 떠받치는 품목은 여전히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HW다.
오늘날 삼성전자를 만든 `품질 제일주의` 경영철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품질관리를 비롯한 프로세스 전면 개선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거듭된 문제 발생, HW 기업에 치명타
지난 8월 말 갤럭시노트7 발화가 잇따르자 삼성전자를 향한 고객 비판이 거세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250만대 `글로벌 리콜`을 발표하자 `글로벌 기업다운 통 큰 결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과감한 결정이라는 찬사도 나왔다.
막대한 손실을 무릅쓰고 품질 제일주의 경영철학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는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를 발휘했다. 경쟁사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삼성전자 충성도를 공고히 했다.
갤럭시노트7 교환 제품에서 발화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평가가 무색해졌다. 삼성전자는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며 배터리를 교체한 제품을 공급했다.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새 배터리에도 문제가 있거나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HW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에는 치명타다. 새 배터리 결함 또는 제품 자체 결함을 리콜 당시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생산 이후 물량 조절을 위해 생산을 일부 멈추는 일은 있었어도 이번처럼 문제가 생겨서 중단하는 사례는 처음”이라면서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재 내부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先) 원인 규명, 후(後) 프로세스 개선 필요
품질 제일주의는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경영철학이다. 199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리콜한 애니콜 휴대폰을 모두 모아 `애니콜 화형식`을 벌였다. 전국에서 수거한 물량은 15만대로, 500억원 수준이다.
`불량은 암`이라는 이 회장 의지와 삼성전자 품질 제일주의 대표 사례다. 화형식은 불량률을 낮추자는 의지를 다지고 삼성전자 휴대폰이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초석이 됐다.
국내외에 삼성전자의 품질 제일주의를 강렬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20여년이 지난 이후 삼성전자 경영철학이 의심받는 위기에 직면했다.
기업 프로세스 혁신 전문가인 이민재 TQMS 대표는 “전반적인 공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삼성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량이 많은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개발 기간이 짧아지고 있어 프로세스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반기마다 프리미엄 제품을 연이어 내놓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진다는 얘기다. 그는 거대한 협력사를 관리하고 부품을 조달하는 `협력사 관리` 측면에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이 배터리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명확하게 밝혀 원인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면서 “이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공정상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