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이 현재 진행 중인 기업공개(IPO)를 증권신고서 수정 후 재추진하겠다고 10일 밝혔다. 하반기 IPO 3대 종목으로 꼽히며 주목받은 두산밥캣은 이날 “공모물량을 줄이는 등 공모구조를 조정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상장을 재추진 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상장은 올 11월이나 내년 1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기업 IPO를 앞두고 중소형주가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상황에서 대형주 마저도 상장을 미루는 일이 벌어져 공모주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공모 물량이 많았던 점 등 몇 가지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 요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를 감안해 공모물량 등을 시장 친화적 구조로 조정해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공모물량 이상의 투자의사는 확인했으나,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하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서 “이해 관계자들과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 만큼 상장 시기와 공모구조가 조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두산그룹이 두산밥캣 상장 연기를 발표한 것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신청 공모가격이 희망 공모가밴드 하단인 주당 4만1000원을 크게 하회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공모주시장은 연말 상장 예정인 두산밥캣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 빅3 기업 영향으로 공모일정을 당기거나 미뤄 직접 대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이달에 15개 기업이 공모 청약을 추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빅3 가운데 한곳인 두산밥캣이 수요예측에 실패하고 상장을 미루면서 전체 시장이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근 들어 공모청약한 기업 가운데 앤디포스 정도만 공모가 밴드 상단을 기록하며 상장 대기 중이고 나머지 기업들은 밴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한 사례도 빈번해 공모주시장이 더 위축되고 있다.
이달 4일 코스피시장에 입성한 화승엔터프라이즈 공모가는 희망밴드 하단 수준인 1만5000원으로 결정됐고 지난달 22일 상장한 LS전선아시아는 희망밴드 범위보다 낮은 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었다. 서플러스글로벌과 까사미아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IPO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파장이 중소형주를 넘어 대형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의 경우 단순히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한정된 상황에서 다수 기업이 IPO에 뛰어들어 발생하는 수급 불균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두산밥캣 같은 대형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연말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시장 자금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아닌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