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단통법 냉철한 고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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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발의된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이 4건에 이른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단통법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갑론을박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올 여름 여론을 뜨겁게 달군 전기요금 누진세 논란으로 다소 관심 밖으로 밀려난 단통법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 못지않게 일상생활에서 필수인 휴대폰과 통신요금 논의는 언제든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최근 진행되는 단통법 논의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단통법 성과나 단통법 개정의 필요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근거에 기초한 생산성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단통법 반대론자는 막연히 `가계 부담이 줄지 않았다`라든지 `모두가 호갱이 됐다`는 주장을 한다. 정확한 통계나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단통법 시행 초기부터 해 온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친다.

가계통신비를 예로 들어 보자.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가계통신비 추세가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가계통신비가 분명 줄었다. 2013년 15만2000원에 이르던 가계통신비는 올 상반기에 약 14만6000원으로 하락했다. 비용 절감 규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 13만8000원이던 가계통신비가 계속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법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값비싼 고가 스마트폰을 빼면 실제 통신비 인하폭은 더 크다.

가계통신비 하락을 일각에서는 `강요된 절약`이라고 축소 해석한다. 이통사의 지원이 줄어들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통신비 지출을 줄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통신 복지가 후퇴했다`는 볼멘소리마저 들린다.

그러던 가운데 가계통신비가 줄어 데이터 이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용량이 최근 2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가계통신비 상승세가 억제됐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가 아닌가. 게다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행으로 음성과 문자가 무제한으로 제공되지 않는 요금제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통화와 데이터 사용이 자유로워지면서도 요금은 내리는 것을 어떻게 `후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른바 `대란`이라고 부르는 보조금 과다 지원이 사라지면서 예전처럼 최신 스마트폰 `대박 할인`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일부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은 과거와 같은 혜택을 얻기 어렵게 된 게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이 안정되고 가격이 공시됨에 따라 평범한 사람이 불필요하게 정보를 찾아다니는 등 탐색 비용과 고가 구입에 따른 자괴감이 줄어든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과거 일부 이용자에게 집중된 혜택이 이제는 대다수 이용자에게 골고루 나눠지고 있다.

모수가 너무 많다 보니 얼른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새벽에 수백 m 줄을 서는 등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극심한 이용자 차별이 단통법을 만든 동력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단통법이 이통 시장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단통법이 없어도 이용자 차별이 없다면 가장 좋다. 단통법 핵심 내용의 하나인 지원금 상한제에 3년 일몰 규정을 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통법을 고쳐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고 기업 마케팅 자율성도 늘리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막연하게 단통법 성과를 거부하고 개정 자체를 위한 개정, 규제를 위한 규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단통법 논의를 위해 단통법 성과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강병민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이동통신유통구조개선협의체 회장 bmka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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