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드론이 숲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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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섭 산림청장

2020년 어느 가을. 단풍을 만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한산 국립공원은 북적인다. 이 때 자동비행 모드로 산 위를 날면서 산불 감시를 하고 있는 산림청 드론 `Model-F`가 절벽 아래에서 낙엽 타는 연기를 감지한다. 재빨리 산불신고 신호와 함께 촬영 영상을 산림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전송한다.

신호를 받은 산림청 중앙산불상황실은 드론을 수동 모드로 전환해 불이 난 위치, 발화 시간, 기상 분석 및 피해 확산 예측을 실시간 파악한다. 북한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도 신속하게 산불진화용 드론을 출동시킨다. 2~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드론은 장착된 소화탄을 불이 난 지점에 정확히 투하, 산불 진화를 마친다.

물론 이 상황은 가상으로 그려 본 미래다. 하지만 산불을 발견하고 진화까지 마무리하는 드론의 활약 소식을 접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군사 목적으로 첫 개발된 무인항공기 드론이 방송국 촬영뿐만 아니라 일반 택배, 음식물 배달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 산림, 환경, 건강, 교통, 교육 등 생활 전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산림 분야는 드론 활용이 효과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림을 사람의 힘으로만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2~3년 전부터 산림 자원과 산지 관리를 위해 지방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중심으로 드론을 도입해 32대를 시범 운용하고 있다.

산림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드론의 용도는 산불·산사태·산림병해충 등 산림 재해 방지, 조림·숲가꾸기 등 산림 자원 조성 관리, 산림 내 불법 행위 모니터링 및 산지 관리 분야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산림 재해 분야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예찰·방제, 산불 감시 및 야간 산불 확산 관리, 산사태 피해지 확인, 사방댐 관리 등에 드론이 도입돼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재선충병 피해 발생이 우려되던 제주 곶자왈에서 드론으로 피해목을 재빨리 탐지해 단시일 내 고사목 제거까지 완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병해충 피해목 예찰에 드론을 활용하면 조사 기간 90% 단축, 1인당 조사 가능 면적 10배 증가 등 효과가 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전 세계 차원의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수 천 ha를 태우는 대형 산불도 원인은 작은 불꽃에서 시작된다.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산불 감지와 초기 진화가 중요, 머지않아 드론이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의 활약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넓은 산림에서 드론 활용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야간·비가시권 비행 금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드론 운항 규제와 관련한 제도 점검과 개선이 시급하다. 산림청은 앞으로 드론을 산림재해관리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때 문제가 없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과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최근 `무인기 산림분야 활용방안` `산림청 드론 운용 매뉴얼` 등 안전한 산림 분야 드론 활용 효율화 정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산림 경영, 산림 재해, 산지 관리 등 관련 드론 활용법을 계량화하고 매뉴얼화해 산림 분야 드론 활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산림항공본부, 국립산림과학원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과 현장 활용 기술 개발을 시행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기상청 등과의 협업으로 토지·생태·기상 정보 공유 및 드론 활용 효과 극대화도 모색한다.

산림청은 우리 숲을 가꾸고 지키는 데 더욱 스마트하고 높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 드론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이제 머잖아 산림을 누비게 될 드론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신원섭 산림청장(minister0@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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