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극한을 다투는 모터스포츠 `포뮬라1(F1)`은 자동차 회사 기술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주다. 경기 한 번을 치르는 데에만 수백억 원이 든다해도, F1 참가는 자동차 회사의 꿈이다.
올 초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F1으로의 복귀를 발표했다. 2012년 F1에서 완전히 손을 뗐던 르노가 다시 한 번 F1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르노에 F1은 로드카 분야 성능 향상과 기술적 발전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 대대적으로 르노를 알릴 수 있는 훌륭한 무대다.
르노가 F1 복귀를 결정하게 된 데에는 그동안 엔진 공급자로서 꾸준히 참여하며 기술력을 다져온 힘이 컸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비리 샤티용` 도시 외곽에 위치한 르노 F1센터는 르노의 F1 엔진이 탄생하는 곳이다. 핵심 인력 250명이 이곳에서 F1에 들어가는 엔진 설계부터 엔진 조립, 작동 테스트, 경주 운영 등을 모두 한다.
설계실에 들어서니 곳곳에 엔진을 구성하는 부품과 내년 F1 차량의 심장이 될 엔진 모형이 3차원 프린터로 만들어져 놓여있다. 엔진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일일이 테스트하면서 다시 또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일을 반복한다.
설계실을 지나면 엔진 조립실로 이어진다. 엔진 조립까지 하는 곳이라고 해도 흔히 생각하는 `라인`은 없다. 기술자들의 넓은 책상에는 엔진을 구성하는 베어링이나 기어용 톱니 등 작은 부품과 공구가 놓여있을 뿐이다. `금형`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일일이 손으로 틀을 만들고 나사를 조여 조립한다.
엔진을 테스트하는 곳에 이르러서야 거대한 장비를 보게 된다. 자동차 몇 대는 거뜬히 들어갈 만한 완전 밀폐 공간에서 큰 장비들이 엔진을 최대치로 가동시켜보고 온도, 압력을 비롯한 각종 파라미터를 모집한다. 밀폐공간 건너편에서는 모니터로 수치를 확인한다. 이곳은 갓 개발된 엔진을 가동해 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F1 경주에서 보여줬던 실제 데이터를 모아 재현해내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구간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다시 개발에 반영한다.
르노 F1 엔진 업력은 100년이 넘는다. 루이 르노가 자동차를 판매한지 4년 만인 1902년 4실린더 엔진을 최초로 장착한 경량 자동차 타입 K로 파리-비엔나 대회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1977년 세계 최초로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스포츠카를 F1에 선보였으며, 1983년부터는 팀 로터스에 엔진을 공급하기도 했다.
그 이후 팀으로서 참여는 중단했으나 1992년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르노 엔진을 윌리암스에 공급해 챔피언십 우승까지 달성했다. 2000년 베네통 팀을 인수하며 다시 F1에 참가하게 된 르노는 2005년과 2006년 연속으로 F1에서 우승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올 초 F1 복귀를 결정할 때까지 팀 결성과 해체를 반복했으나 엔진 기술력만큼은 다른 팀에서 꾸준히 인정받았다.
3년 안에 포디엄에 오르고, 5년 안에 챔피언십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르노의 목표다. 엔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제롬 스톨 르노 스포츠 총괄은 “르노가 소형차 전문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지만 F1 참가로 성능 면에서도 다른 경쟁 브랜드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리샤티용(프랑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