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로 자평해 온 우리나라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발화 사건으로 평지풍파에 휩쓸렸다. 고동진 삼성전자 IM사업부 사장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국내 A사에서 납품한 배터리 결함 문제라고 발표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스마트폰 발화 원인 규명은 아직 추정 단계지만 당시 발표 내용은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의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외려 안전성 문제가 있는 데다 이미 중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에 뒤처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 이차전지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고 봐도 지나친 해석이 아닌 게 됐다.
학·연이 맡은 기초도 이미 무너지고 있다.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허장성세만 가득하다. 상용화된 전지 소재만도 못한 데도 흉내 내기식 소재 개발은 단지 `다르다`란 이유로 수십~수백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된 지 오래다. 양산할 수도 없고 실제 전지에 적용할 수도 없는 게 대다수다. 여기에 더해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차세대`가 `구세대`인 리튬금속 이차전지라는 황당한 역전 현상을 부각시키면서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건 요즘 세태와 다를 바 없다. 10여년 사이에 `한계 돌파형 차세대 전지`라며 기초연구에 제법 큰돈이 투입됐지만 리튬금속의 한계가 넘어섰다는 객관 검증 없이 스스로 가정하고 해결된 것으로 결론짓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차세대라는 게 있긴 한 것일까. 학·연에서 국가 연구개발(R&D)로 거액의 연구비를 투입한 것 가운데 차세대 이차전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걸 찾아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과거의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이차전지 역사상 한 세대 만에 새로운 고성능 이차전지가 양산돼 주류가 된 사례는 지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가 전기시대에 들어선 게 아직 2세기도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차전지보다 이차전지 기술 개발이 더욱더 어렵다. 무작정 일차전지를 `잘 고치면` 이차전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과거를 보면 잘해야 얼추 한 세대에 하나 정도 나올 만한 게 고성능 이차전지였다. 다만 우리 세대에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Ni-MH 이차전지가 한 해 걸러 양산되다 보니 늘 그리 된 게 아니냐는 오해도 생길 법하다.
10여년 전 필자가 총괄한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의 `차세대 전지`도 다름 아닌 `리튬이온 이차전지`였다. 당시 리튬금속폴리머·리튬금속설퍼·메탈에어 이차전지 등 요즘 국가 R&D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쪽을 해야 한다는 일선 학계의 주장이 거셌다. 정부가 지원만 해 준다면 3년 내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산·학·연도 있었다. 결국 이명박 정권 말부터 이들 전지 개발 과제가 속속 채택됐지만 지금까지도 결과물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전지로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더욱 발전시킬 방법은 없는 것인가. 모든 산업에서 늘 하는 말이지만 `카피캣을 벗어나야 한다`가 답이다. 밀도 있는 기초 연구가 다시 행해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번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태에서 보듯 이차전지 분야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A사의 `미스터리`한 배터리 발화 사고로 확인됐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전대미문의 발화사고가 일어났고, 업계 안팎에서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A사 배터리 문제라고 합심해 주장하니 우리는 무작정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제 기득권과 과제를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고 기획,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제대로 해보는 건 어떨까. 굳이 돌아가지 말고 끝난 곳에서 길이 다시 시작하길 기대한다.
박철완 前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 chulw.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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