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자동차(EV),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유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시장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보조금 500만원 지급에 나섰지만 PHEV 판매가격이 워낙 높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PHEV 보조금 지급 대상을 줄이더라도 지원 금액을 상향시키면서 초기 수요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PHEV는 국산차 97대, 수입차 85대 등 총 182대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1890대) 판매량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올해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PHEV 보조금 150억원을 마련했다. PHEV 대당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3000대 보급, 사상 최대 규모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업계에서도 현대차 아이오닉 PHEV,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 기아차 K5 PHEV 등 다양한 신차를 준비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이례로 PHEV만 5종 이상 신차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PHEV 판매 목표 달성률은 9.1%에 불과하다. 보조금이 차량 가격 부담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HEV 보조금 500만원은 실제 자동차값에서 15%도 차지하지 못한다. 반면 전기차는 환경부 1500만원, 지방자치단체 300만~800만원 등 최대 2300만원까지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는 전기차 판매가격 30~50%를 차지하는 규모다.
PHEV는 보조금 지급 기준이 유독 까다로운 것도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보조금 지금 기준은 탄소배출량이 97g/㎞ 이하면 모두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PHEV 보조금 지급 기준은 △탄소배출량 50g/㎞ 이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 이상 등 두가지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볼보 XC90 T8 등 수입 PHEV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전부 제외됐다. 일부 수입차 업체는 기존 PHEV 신차 출시를 연기하거나 국내 도입 계획 자체를 전면 폐지했다.
업계에서는 PHEV 한 대당 보조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는 PHEV를 플러그인 기능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전기차에 분류하는 곳이 많아 보조금이 높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PHEV를 하이브리드차량 일종으로 분류하고 보조금 지급 기준도 하이브리드차에 맞춰서 설정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전기차와 PHEV 세제 혜택(소득세 등 감면)을 배터리 용량이라는 동일한 기준으로 준다. 배터리 용량이 5㎾h를 넘으면 2500달러, 1㎾h 늘어날 때마다 417달러씩 추가한다. 최대 한도는 7500달러다. 한국지엠 PHEV 쉐보레 볼트는 미국에서 7500달러를 지원받는다. 현대차 쏘나타 PHEV의 세제 혜택은 4919달러로 책정돼 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동일한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는 판매 가격이 동급 내연기관과 격차과 300만~5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정부 보조금 100만원과 세제 혜택이 더해지면 경쟁력이 있지만 PHEV는 여전히 동급 차량보다 800만~1000만원 비싸기 때문에 더 많은 보조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보조금을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는 PHEV 확산이라는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금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조금을 넓게 뿌리기보다는 실제 구매자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으로 초기 시장 개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자동차 값 절반가량을 보조금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판매량이 늘고 있다”면서 “PHEV의 시장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면 구매에 가장 민감한 실 구매가를 낮춰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