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40만대 차량이 운행되던 1990년에 사망자가 1만2000명을 웃돌았지만 2000만대 시대가 도래한 지난해 사망자 숫자는 5000명이 안됐다. 이는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에어백 보급 확대, 교통 선진화 등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꾸준한 노력의 결실로 볼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교통사고가 점차 줄어들어 자동차가 기차보다 안전한 시대가 올 것이다. 공상과학(SF)에서나 나오던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가 5~10년 안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미래를 만들고 있는 현재 기술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ADAS는 전방충돌경보장치(FCWS), 자동긴급제동장치(AEB), 차로이탈경보장치(LDWS) 등 운전자를 돕는 첨단 장치다. 미국은 2022년 9월 1일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에 ADAS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는 협약에 20개 자동차 제조사가 동참하기로 한 `위대한 합의(Great Agreement)`를 지난 3월 체결했다.
ADAS 기술 선진국인 이스라엘은 수입 차량에 ADAS를 장착하는 수입차 딜러에게 2014년부터 ADAS 구매 및 장착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12년 이후 생산된 3.5톤 이상 차량에는 FCSW와 LDWS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오는 11월 1일 발효된다. 재무부는 내년 1월부터 ADAS 장착 차량에 대한 보험 할인을 강제화한다.
보험료 할인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보험사들이 ADAS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 보험료 할인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국에서의 이런 강제 조치와 보조금 사업, 보험료 할인을 적극 시행하고 있는 것은 ADAS를 통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확률이 최대 94%나 되는 것으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실례로 이스라엘 정부는 2009년부터 3년여 동안 모빌아이의 ADAS 장착 차량 770만대 분석 결과 인체 상해를 동반한 사고로 인한 보험금 청구율이 약 50%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네덜란드 교통부가 2008년 트럭 2400대로 8개월 동안 7700만㎞를 주행하는 연구 사업에서도 ADAS를 장착하지 않은 400대 트럭에서는 5건 사고가 발생한 반면에 모빌아이 ADAS를 장착한 2000대 트럭은 `무사고`를 기록했다.
중국 교통부는 지난해 300대 버스와 트럭에 모빌아이의 ADAS를 장착, 연구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및 효과를 토대로 `GB7258`이라는 새로운 법안 시행을 예고했다. 현재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주요 내용은 중국 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장 11m 이상의 모든 버스 및 대형 트럭에 FCWS, LDWS 장착을 의무화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5중 추돌사고` 이후 우리 정부는 대형 버스와 트럭에 ADAS 의무 장착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교통안전 혁신에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ADAS 기술은 카메라가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된 제품인 만큼 제조사별로 성능이 현저하게 다르다. ADAS에 대한 각종 의무화 정책과 지원 등 제도화를 추진하는 국가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ADAS 성능 기준 및 인증을 요구한다.
미국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설정한 FCWS, LDWS에 대한 요구 성능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는 ECE-130 기준을 통과할 것을 요구한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EU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완성차 업체에 대해서는 제품이나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국 기업 제품이라 하더라도 ADAS 보급 제품으로 선택받지 못한다.
이번 정부의 ADAS 의무 장착 조치에서 차량운행기록계(DTG) 보급 사업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차량에 달린 나쁜 제품의 쓴맛은 10년이 가는 법이다.
박성욱 모빌아이 한국지사장 Lucky.Park@mobileye.com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