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초점] 배신자 정형돈?…극성 ‘무도’ 팬들의 비뚤어진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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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불안장애 및 건강 이상으로 지난해 말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방송인 정형돈이 약 11개월 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휴식기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른 그는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형돈의 방송 파트너는 유재석, 박명수가 아닌 래퍼 데프콘이었다. 그는 자신의 대표프로그램이었던 MBC ‘무한도전’ 대신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로 먼저 방송 복귀를 알렸다.

지난 2005년 황소와 줄다리기하던 1회부터 지난해 하차 전까지 ‘무한도전’ 원년멤버로 활약했던 정형돈이기에, 팬들은 그가 ‘무한도전’에도 당연히 복귀할 줄 알았지만 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형돈은 이미 지난 7월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를 통해 ‘무한도전’ 공식 하차 소식을 전했었다.

최근에는 ‘무한도전-2016 무한상사’에 카메오로 깜짝 등장해 복귀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지만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정형돈이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감사인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카메오로 출연시켰다”고 밝히며, 정형돈의 ‘무한도전’ 재합류설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정형돈의 ‘주간 아이돌’ MC 복귀 소식이 전해졌고, 형돈이와 대준이 신곡 발표 및 배우 신현준이 제작하는 영화에 작가로 참여한다는 보도도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많은 누리꾼들은 정형돈이 다방면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왕성한 활동을 예고하자 반가워하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지만 일부 ‘무한도전’팬들은 정형돈의 이러한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배신감을 느낀다며 정형돈을 강하게 비난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또, 이들은 정형돈의 다방면 활동도 문제 삼고 있다. 불안장애를 이유로 ‘무한도전’을 하차했으면서 가수 활동이나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비난이라기보다 아쉬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무한도전’ 팬들의 입장에서는 정형돈이 가장 먼저 ‘무한도전’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서운한 마음이 생겼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팬들의 입장이고, 정형돈이 어떤 입장에 처해있는지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본인이 돌아올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팬들이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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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에브리원 제공

누구보다 정형돈을 응원하고 사랑했던 ‘무한도전’ 팬들이었기에, 정형돈의 이번 결정은 분명 서운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형돈이 방송활동을 천천히 재개하려는 시점이다. 그는 지난 21일 여러 매체 취재진 앞에서 “약을 많이 줄였고,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완쾌된 건 아니다”라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상태가 호전됐을 뿐 아직 불안장애를 완전히 추스른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무한도전’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출연진의 어깨가 무거운 프로그램이다. 국민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흠 잡힐 곳이 생긴다면 몇 배의 데미지를 입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열성적인 사랑과 응원은 분명 출연진에게 고맙게 느껴지겠지만 때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무한도전-식스맨’ 특집에 출연했던 방송인 전현무는 ‘무한도전’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무한도전’은 출연진에게 여러모로 심적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정형돈 역시 과거 여러 프로그램에서 ‘무한도전’의 중압감을 토로한 적 있다.

정형돈이 이제 막 방송활동을 재개하는 시점에서 ‘무한도전’ 복귀는 이르다고 볼 수 있다. 웬만한 스포츠 감독들도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선수를 곧바로 중요한 경기에 투입시키지 않는다. 부담이 덜한 게임에 먼저 출전시키며 감각을 익히게 한 후 폼이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가 돼서야 중요한 경기에 그 선수를 점차 투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록 정형돈이 지난 7월 ‘무한도전’ 공식 하차를 선언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용의는 있을 것이다. 다만 그건 ‘무한도전’의 중압감을 견딜만한 준비가 됐을 때의 얘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서운하다는 이유로 정형돈을 배신자로 모는 ‘무한도전’ 극성팬들의 행위는 그토록 아끼는 ‘무한도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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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치제이 필림 제공

물론 정형돈 역시 팬들이 왜 자신에게 섭섭함을 느끼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무한도전’을 통해 10년 간 시청자들과 함께 삶을 공유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비판은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인 건 맞다.

그럼에도 일부 ‘무한도전’ 극성팬들의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 10년 동안 프로그램에 공헌한 결과가 배신자라는 낙인으로 돌아온다는 건 정형돈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