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소모적으로 되풀이되는 통신비 논란을 해소하려면 가계통신비 통계체계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마트폰 가격이 통계에 포함되면서 가계통신비가 오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통신비 개념을 수정하는 한편 통신사도 소비자에게 실질 혜택을 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구당 월평균 순수 통신요금은 2012년 14만5400원에서 지난해 12만4700원으로 2만원 이상 내렸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가계통신비는 15만2400원에서 14만7700원으로 4700원 내리는데 그쳤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통신비 통계는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 우편서비스 등 3개 항목을 더한다.
통신서비스에는 이동통신 혹은 초고속인터넷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각종 통신요금이 포함된다. 통신장비에는 휴대폰 등 통신에 사용되는 장비 비용이 포함된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통신장비` 비용이 빠르게 늘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다 보니 평균치가 높아진 것이다.
2012년 가구당 월 6700원에 불과하던 통신장비 지출은 지난해 2만2700원으로 3.3배 급증했다.
더욱이 통계청과 통신사가 집계한 통계가 다르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 청구서 기준 가구당 통신장비 비용은 4만3820원이다. 통계청 2만2700원과 2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이 비용을 통신비로 인식하다 보니 통신비가 굉장히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휴대폰이 가계통신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통신비 통계분류 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이사 역시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분리하면 통신비가 부담스러운 수준인지 의문”이라면서 “둘을 구분해야 참여주체가 명확해지고 통신시장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비 개념을 바꾸자는 제안도 나온다. 음성 위주이던 과거와 달리 데이터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중심이 된 만큼 통신비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통신문화서비스비`를 제안했고 통신업계에서는 `디지털 문화비`라는 용어를 내놨다. 데이터의 대부분이 동영상, 음악, 게임 등에 사용되는 만큼 모두 통신비로 분류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통신업계는 휴대폰 결제를 통신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TV 다시보기, 영화 및 음원 구매, 모바일 쇼핑, 휴대폰 소액결제 등이 빈번하다”면서 “이용자 편의를 위해 통신요금 고지서에 별도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도 통신비 인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직 투자여력과 요금인하 여력이 남아 있을 때 통신소비자에게 실질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본료를 없애는 등 모든 가입자에게 골고루 대규모 할인혜택을 준다면 통신사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면서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주요 요금제에서 실질적 혜택을 준다면 통신비 불만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지출 현황(천원)>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