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까지 명의 변경 유도…불응 땐 직권해지 불사
정부가 20만개에 이르는 `대포폰(명의도용 휴대폰)`을 일제 정리한다. 오는 11월 중순까지 안내 기간을 부여한 후 직권 해지한다. `대포폰 근절` 등 이동통신시장 투명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및 알뜰폰 36개사와 공동으로 `대포폰`을 정리하고 있다. 정상 개통했더라도 사망이나 완전출국, 체류기간 만료, 폐업(법인폰) 등 이유로 실 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휴대폰이 대상이다.
이통사는 11월 14일까지 대포폰 사용자에게 명의 변경을 유도하고, 응하지 않으면 직권 해지한다. 직권 해지는 11월 15일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포폰에 대해 직권 해지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통사에 따르면 국내 대포폰 가입자는 20만명에 이른다. 대다수가 불법체류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재 발신이 정지됐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휴대폰 명의 도용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뉴스의 눈〉
정부가 `직권해지`라는 강경책을 마련한 건 더 이상 대포폰 문제를 업계 자율에 맡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대포폰`으로 불리는 명의 도용 휴대폰은 범죄에 이용되는 등 사회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 `휴대전화 부정사용 피해방지 종합 대책`에 이어 지난해 부정가입방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포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왔다. 이 대책은 새로운 가입자에게는 효력이 있었지만 기존 차명 가입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새로운 대책이 `정상 개통 이후 신변에 변화가 생긴 가입자`를 겨냥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포폰이 될 가능성이 있는 휴대폰의 싹을 자르는 조치여서 이통시장이 상당히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세월호` 등 재난 피해자는 유족이 회선유지를 원하면 수신은 가능하도록 했다. 폐업 법인은 `폐업사실증명서`를 제출하면 명의 이전을 통해 휴대폰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도 `체류기간 연장허가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휴대폰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중국과 옛 소련 동포를 위한 방문취업비자(H-2) 소유자는 체류기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일시적 체류 연장이 가능하다는 만큼, 당분간 정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는 대책을 좀 더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난 피해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망한 가족의 휴대폰 회선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체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폰 회선을 직권 해지하면 대포폰 수요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좋은 취지에도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제도 연착륙을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불법체류자는 21만여명이다. 산업공단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정부도 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