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 적극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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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화 기상청장.

슈퍼 청개구리, 양치기, 희망고문 등 기상청은 올여름에 유난스럽던 날씨만큼이나 시끄러운 나날을 보냈다. 150년에 한 번 발생할 확률로 나타난 이번 기상 현상에 대해 과연 완벽한 예보를 할 수 있었을까. 이 이례의 특이한 기상 현상 속에서 힘겹게 예보를 내야만 한 예보관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올여름 날씨 패턴은 일반 사례와 비교할 때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본 동쪽 해상 부근에 아주 `키 큰` 고기압이 이례로 강하게 발달해 정체하면서 장마전선 이동과 발달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중국 대륙에서도 키 큰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티베트고원에서 발생한 뜨거운 열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넣었다. 게다가 양쪽 고기압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는 지속되는 일사에 의한 지면 가열이 누적되면서 유례없는 폭염이 나타났다.

특히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지난 8월(1~22일) 서울 평균기온은 34.3도로 1907년 관측 이래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통계상으로도 0.68%의 희박한 확률로 15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이례 현상이었다. 이런 유례없는 날씨 패턴 때문에 그동안 그나마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을 잘해 온 국내외 모든 수치 모델은 예측에 실패했고, 예보관 역시 이런 날씨 패턴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기온을 높게 상향 보정했음에도 최고 7.1도나 높은 모델 결과와 실제 기온 편차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청(NOAA)은 2016년이 1880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해라고 밝혔다. 지구 반대편 루이지애나에서는 1000년 만에 기록에 남을 폭우가 쏟아져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유례없는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올여름 기상청은 오보 논란을 겪게 됐다. 이번 오보 논란은 기상예보 정확성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하는 기상청에 뼈저린 아픔을 안겼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방심한 채 이상기상 현상에 대한 사전 연구와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기상청에서는 앞으로 이번과 같은 기상 이변에 대비하기 위해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체계화해 추진하고자 한다.

우선 단기로는 강수와 기온을 집중 분석하는 `전문분석관`과 과거 다양한 기상 현상을 경험한 `자문관`을 배치하는 한편 경험 많은 내부 직원으로 참여 범위를 확대, 예보 관련 심층토론을 통해 내부 예보 역량을 결집하고자 한다. 또 예보 토의 과정 공개와 예보해설서 제공을 통해 단순 예보 결과뿐만 아니라 결정 과정과 변동 가능성, 불확실성 등 정보도 함께 제공해 예보 이해도와 공감대를 높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로는 산·학·연 협동 연구개발(R&D)과 이상기상 현상 연구를 반영한 한국형수치 모델을 개발하고, 위성·레이다·해상관측 보강을 통해 관측 공백 지역을 해소하려 한다. 또 예보관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평생예보관` 제도와 예보관 등급별 자격제를 도입하고, 실무 중심의 선진국형 교육훈련 체계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다양한 대책 추진을 통해 예보체계를 개선한다 하더라도 100% 완벽한 기상 예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예보 정확도 향상 노력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부분은 소통으로 극복하면서 기상 정보가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다가가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기상청의 앞으로 변화를 지켜봐 주길 바란다.

고윤화 기상청장 yhk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