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43>선발주자란 누구인가, (1)독일 바스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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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스프는 1865년 루트비히스하펜에 염료 공장과 염료의 원료가 되는 소다 공장을 설립, 시작됐다. 이후 무려 150년 동안 선발 주자로서 세계 1위 종합화학회사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사는 1869년 첫 히트 상품인 빨간색 염료 `알리자린` 개발에 성공했고, 1897년에는 청바지에 쓰이는 인디고 염료를 처음으로 양산했다. 이처럼 합성 염료산업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질소 비료 등 다양한 화학 산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1951년에는 `스티로폼(Styrofoam)`을 개발해 단열재 및 완충포장재의 고유명사가 됐다. 오디오 및 비디오 테이프 상표로도 유명하던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에서 석유, 천연가스, 화학제품, 비료, 플라스틱, 합성섬유, 염료 및 안료, 칼륨 및 소금, 인쇄용품, 전자녹음기 부품, 화장품 주성분, 약품 및 기타 관련 설비와 제품 등 약 8000여개 제품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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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화학회사 바스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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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공식 개소할 예정인 바스프의 아태지역 전자소재 R&D 센터에서 국내 연구진들이 최첨담 소재 개발을 하고 있다.

이같이 바스프의 지속 성공 비결은 화학 분야에 집중, 기회 추구 전략을 수행한 것으로 축약해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쿠르트 보크 바스프 회장은 회사의 성공 전략에 대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화학을 창조한다(We create chemistry for a sustainable future)`는 문장으로 대답한다. 보크 회장은 “성공의 비법은 창립 연도인 1865년부터 변한 적이 없다. 우리는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끊임없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회 추구 전략을 성공시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의 성공이 결코 미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 산업은 본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바스프는 장기 차원에서 경쟁자에 비해 뒤처질 것으로 보이는 제품들에서는 과감히 손을 뗐다. 100여 년 전 세계 최초로 일궈낸 화학비료 사업을 2012년 러시아 회사에 매각했고, 인디고 등 염료 제품이나 비디오테이프 역시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더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쟁자가 있는 제품은 비록 수익성이 있다 하더라도 미련 없이 빠져나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가진 유일한 생존 방법이자 핵심 경쟁력은 혁신뿐이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범용 상품이 된 제품군에서 빠져나오는 대신 지금은 전기차용 2차 전지 산업, 화장품·기저귀의 기초 원료 등 새로운 산업에 진출, 계속해서 선발주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바스프는 창업 당시 폐기물 취급을 받던 콜타르에서 가치 있는 화학제품인 염료를 만들어 냄으로써 선발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이후 회사는 지속 혁신을 통해 지금은 전혀 다른 회사로 변모했다. 그 과정 속에는 기회가 올 때까지 10년 넘게 R&D에만 매달려야 한 위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꼭 해내야 하는 신기술 개발은 다시 시도하고, 그래도 안 되면 될 때까지 끈기 있게 계속했다. 그리고 일단 성과가 나오면 전광석화 같은 실용화로 기회를 낚아챘다.

결론적으로 바스프의 150년 성공을 만든 기회 추구 전략은 끊임없는 재창조 과정에 의해 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재창조 과정에 대해 보크 회장은 `우리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나?` `우리가 하는 일을 시장이 원하는가?` `적용 가능한 더 좋은 기술은 없나?`란 질문을 계속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성공시키려면 “적정 수준의 위기감으로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