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새로운 경제전쟁, 신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라

Photo Image
이의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

조선업체 고전으로 고용과 인근 지역 경기 침체에 대한 시름이 깊다. 우리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 오던 예전 모습이 아니다. 지역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이나 경기도 성남시 판교 지역은 다르다. 젊은이들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니며, 연일 투자설명회가 열린다.

마루180, 팁스(TIPS)타운, 디캠프, 청년창업사관학교, 스타트업캠퍼스 등 신개념 창업 공간과 운영체가 속속 등장했다. 투자자도 모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2조858억원으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고, 민간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신규 조성된 투자금액도 2조원에 이른다. 우리가 창업 선진국임을 입증하는 현상이다.

지금 세계는 154년 전 영국의 회사법 제정 이후 가장 활발하게 창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투자는 물론 제도 개선, 인력 수급 면에서 앞다퉈 창업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미국은 2014년 52조원, 지난해에는 약 60조원을 창업 투자에 쏟아부었다. 차량이용서비스업체 우버에만 14조원, 스타트업당 평균 130억원을 투자했다.

Photo Image

미국 이민서비스국은 최근 `기업가 체류혜택`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기술이나 특허, 스타트업과 관련된 외국인에 영주권을 주고 이들의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잡스법(JOBS Acts) 이후 가장 강력한 시책이다.

중국은 `대중창업 만민혁신`을 모토로 8000여개 투자회사, 약 1000조원의 투자자금을 배경으로 제2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에 약 24조원을 투자했다. G20정상회담 개최지인 항저우 `천사촌`에는 240개의 투자사가 모여들었다. 창업 시설인 `드림타운`은 500개 스타트업 4500여명의 정보기술(IT)전문가들에게 3년 동안 숙식까지 지원한다.

`알파고`와 올림픽 2위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은 유럽의 창업 투자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런던 북동부 테크시티에는 인공지능(AI), 인터넷, 컴퓨터 분야 1500개 스타트업과 관련 투자자가 몰려 있다.

이런 움직임은 신기술 초기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18명으로 창업해서 16년 만에 248조원의 거래와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든 알리바바 외에도 구글, 네이버, 카카오톡 등 무수한 거대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Photo Image
국내 최대 벤처투자의 장인 `2016년 벤처투자컨벤션`이 지난달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투자상담을 진행했다.

우리도 수년 동안 체계화한 실질 창업 촉진에 힘써 왔고, 괄목할 만한 성과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 창업의 핵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로 창업가에게 풍부하게 기술을 공급하는 것이다. 특히 공공 부문 기술을 좀 더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임에도 120개 전략 기술 가운데 1위는 하나도 없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19조1000억원의 75%가 연구소나 대학 몫이지만 기술 이전 비율은 18.6%에 불과하다. R&D 사업화 비율도 48%로 미국, 영국의 70%보다 크게 낮다.

기술 창업의 핵심은 기술 확보이며, 사업화에 달려 있다. 공공기술 이전은 기술, 창업, 투자, 성장, 회수의 5단계 선순환에 큰 역할을 한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이 38.2%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술 기반 연구소의 창업은 69.9%로 두 배를 넘는다. 특히 창업사관학교는 기술사업성 평가를 거친 창업자에게 자금과 교육을 곁들인 결과 98.1%에 이르렀다. 기술 창업 체계화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사례다.

기술 창업에는 기술이 핵심이다. 기술 창업의 강국으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만은 않다.

이의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 send88@hot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