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4차 산업혁명 주도국,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일본

일본이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반이다.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속화하는 산업과 경제·사회 변화 흐름에 따라갈 수 있도록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고 시의적절한 제도를 정비하려면 민·관이 공감하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산업구조심의회` 부설 `신산업구조부회`가 탄생했다. 경제산업성, 내각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청, 총무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농림수산성, 국토교통성 등 관계 부처와 학계가 참여한 신산업구조부회는 `신산업구조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가 여덟 차례 회의 끝에 지난 4월 `제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일본 전략`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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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정부 차원의 `제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7대 추진 방향으로 △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환경 정비 △인재 양성 및 고용 시스템 유연성 향상 △이노베이션 및 기술 개발 가속화 △금융 조달 기능 강화 △산업 구조 및 취업 구조 전환 원활화 △중소기업·지역경제에 제4차 산업혁명 보급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사회시스템 고도화를 설정했다.

일본은 독일, 미국 등 여타 선진국보다 제4차 산업혁명 중요성이나 국가 차원의 정책 대응이 필요함을 늦게 인식했지만 치밀한 분석과 광범위한 국가전략 수립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이 각각 산·학·관 연대와 기업 연합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추진해 온 반면에 일본은 제4차 산업혁명을 로봇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처럼 기존의 생산 효율화와 민간 차원의 개별 기업이 대응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각료회의 이후 국가 차원 문제로 인식하고 신속한 대응에 본격 나섰다. 최근 독일과 미국의 제4차 산업혁명 추진 기구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과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컨소시엄(IIC)`의 국제표준화 관련 제휴 방침이 발표됨에 따라 제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서 일본의 고립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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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은 제4차 산업혁명을 IoT를 기반으로 한 생산 시스템 고도화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국가 혁신 프로젝트로 확대하는 광범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스마트공장, 산업보안, 자율주행시스템, 건강, 의료 등 일본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 먼저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 국제 표준화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데이터 유통 시장 정착을 위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거래 방식도 기존의 대면, 서류에 기초한 방식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화를 기본 원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 활용 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개인정보 활용을 촉진할 수 있는 본인 동의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국제 규격화를 추진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산업계에 사이버 보안 관리 가이드라인 보급과 보안 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AI가 만들어 내는 창작물이나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베이스(DB) 등 새로운 개념의 지식재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재권 제도 정비까지 감안했다.

초·중·고 교육 과정에 프로그래밍 과목을 필수화하는 한편 실효성 높은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관 회의를 설치하고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을 효과 높게 연계하는 행동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IT, DB, 데이터 가공, 관광, 디자인을 우선 분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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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더욱 다양한 경제 주체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벤처캐피털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의 지속 혁신과 가치 상승을 위한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정보자산, 지식재산, 인력자원 등 무형자산에 투자를 촉진하는 다양한 지원책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핀테크를 통한 금융서비스 혁신이 금융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중소기업 자금 조달이나 가계 자산 형성 등 사회 전반에 파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산업 및 고용 구조 변화 등을 포함해 산업 구조조정, 인구 감소에 따른 고용인구 확충, 산업 간 고용 이전도 고려했다. 2030년까지 전략 추진에 따른 경제 성장, 생산성 향상, 고용구조 등에 대해 경제 효과 분석을 병행해 국민 공감대 형성과 추진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2030년까지 목표 시한을 설정하고 7대 세부 전략을 수립했지만 세부 실행 계획은 마련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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