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4주년 특집-4차산업혁명 현장을 가다<3>]K-헬스케어, 심장을 가다

자동차, 모바일, 반도체. `한강의 기적`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위상을 드높인 산업이다. 주력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새 얼굴`을 찾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미래 산업, 그 중심에 제약 및 바이오 기술에 기반을 둔 `헬스케어`가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를 합친 보건 산업은 세계에서도 가장 뜨거운 산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3대 주력 수출산업보다도 보건 산업 규모가 훨씬 크다. 우리나라 보건 산업도 이제 기지개를 켤 준비를 마쳤다. 10여년 동안 연구개발(R&D)로 축적한 노하우는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에서 글로벌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생산기지 확대가 대표 사례다. 태동기를 넘어 도약기를 준비하는 `K-헬스케어` 현장을 찾았다.

◇`K-바이오` 요람 `인천`…셀트리온·삼성 쌍두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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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2공장 전경

인천 송도국제도시. 몇 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이곳은 `K-바이오` 요람으로 떠올랐다. 바이오시밀러 변방인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리한다.

곧게 뻗은 대로 옆으로 축구장 26개 크기(약 5만평)의 셀트리온 캠퍼스가 위치한다. 사무동, 제1, 2공장,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모여 `국가대표` 바이오시밀러 개발, 생산에 총력을 기울인다.

셀트리온은 올 4월 국내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 오리지널 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레미케이드다. 2006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7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이듬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기록됐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겨 병균으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면역세포가 장기나 조직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램시마는 면역신호전달물질 `사이토카인` 과다 발현을 중화시켜서 적정 수준의 면역 체계를 유지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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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연구원 연구 장면

램시마의 반응은 뜨겁다. 유럽 레미케이드 시장에서 올 1분기 점유율 30%를 넘어섰다. 유럽 각국이 보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가격이 다소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장려한다.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뒀다. 캐나다에서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추가 적응증 검증을 마치면 생산량을 더욱 늘린다. 램시마 후속 제품인 트룩시마와 허쥬마까지 상업화에 들어갈 경우 시설 한계로 생산량 부족까지 걱정할 정도다.

셀트리온의 연간 의약품 생산 규모는 14만리터(1공장 5만리터, 2공장 9만리터)다. 현재 3251억원을 투입해 1공장 증설과 3공장 신축을 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총 31만리터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세계 기업인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연 30만리터), 스위스 론자(연 28만리터)에 맞먹는 규모다. 1공장은 2019년, 3공장은 2021년 각각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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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이 미생물 배양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나란히 송도에 위치한 삼성 바이오 계열사도 글로벌 진출 채비에 한창이다. 바이오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은 의약품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을 두 축으로 한다.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후발 주자임에도 현재까지 총 6개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올 1월부터 유럽 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제품 `베네팔리`를 판매했다. 9월부터는 영국에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도 판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맞춰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 보유에 힘을 쏟는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연간 생산 규모는 18만리터. 2018년 제3공장 신축이 완성되면 두 배인 36만리터가 된다. 세계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계 2위다.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게 아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품질 안전성 인증 기관 FDA와 EMA로부터 6건의 약품 제조 승인을 획득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두 기관으로부터 제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허가 받지 않은 제조설비에서 출시한 약은 판매가 원천 금지된다. 소비자 건강과 직결돼 품질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특히 전 세계 CMO 시장 최고 기업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다국적 의약품 개발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조 승인은 필수다.

지난해 12월 제3공장 기공식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과거 IBM 등 상당수 반도체 기업이 자체 생산했지만 현재는 삼성전자가 대부분 위탁받아 생산한다”면서 “좋은 품질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면 또 다른 반도체 신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K도 `헬스케어`에 합류, 선두 업체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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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텍 세종공장 신축 공사 현장

세종시 명학일반산업단지. SK 바이오사업 `심장`에 해당하는 SK바이오텍 공장 증설 공사가 한창이다. 2020년까지 약 2만5000평 용지에 60만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 전문 생산 공장이 들어선다.

2020년 생산공장 증설이 모두 완료되면 SK바이오텍 생산 규모는 현재 16만리터에서 총 80만리터로 무려 5배 커진다. 대덕연구단지 내 생산 공장 가동률이 100%에 임박하면서 증설이 불가피했다.

SK의 바이오 사업은 의약품 개발(SK바이오팜)과 생산(SK바이오텍)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SK바이오팜은 현재 15개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했다. 상업화가 가시화된 것은 2018년 시판을 목표한 뇌전증 신약 `YKP3089`다.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4년 기준 약 5조8000억원이다. 시판될 경우 2020년 8500억원, 2022년 1조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텍은 2020년 기업가치 4조원 달성, 글로벌 톱10 의약품 생산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700억원을 투입, 2020년까지 80만리터 규모의 생산 시설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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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텍 공장 내부 전경

올해 상반기 매출 500억원과 영업이익 15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6%다. 미국과 유럽 주요 CMO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15%)을 상회한다. 저가 복제약이 아닌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에 집중한 결과다. 1차 증설 설비가 가동되는 내년에는 1300억원 매출을 기대한다.

성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기술력에 있다. SK바이오텍은 연속공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연속공정 기술은 연속된 흐름 아래 자동화된 단위 조작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낮은 비용으로 균일하게 고품질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폐기물도 최소화한다. 현재 대덕연구단지 생산 공정에서 당뇨,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SK바이오텍 관계자는 “공정 개발부터 의약품 원료 상업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BMS,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선도 제약사들에 최적화된 공정을 제안하는 등 전략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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