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내놓는 정책이 부지기수다. `○○전략` `△△계획`이라는 명칭으로 정책을 주기 단위로 발표한다. 인력 양성부터 기술 발전 방안, 대·중소 상생 등 주제도 다양하다.
담당 관료는 계획 혹은 전략 수립에 오랜 시간을 보낸다. 산하기관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기업과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 의견도 수렴한다. 보고서는 글자 크기를 조절하고, 중요한 부분은 볼드체로 강조해 보기 좋게 만든다. 내용도 알차다. 예정대로 추진되면 기업 먹거리와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모든 현안이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다음이다. 막상 1년 후를 살펴보면 제대로 추진되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정책이 더 많다. 일정은 지연되고 예산은 축소될 수 있다. 계획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계획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문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공공 와이파이 2.0(가칭) 발전 방향 수립을 추진했다. 국가 예산 투입 지속이 어려워 수익 기반의 자립형 모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올해 1분기까지 발전방향을 수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방향 수립은커녕 공공 와이파이 2.0 발전 방향을 기억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2014년 발표한 `네트워크산업 상생발전 실천방안`, 2020년까지 세계 최고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초연결망 구축 계획`도 마찬가지다. 전시 행정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계획 수립에만 공을 들이고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력은 낭비된다.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기도 하다. 해결책은 부처 내에 이를 감독할 전담 조직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과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담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계획 대비 추진 진도 상황을 확인하고 목표 대비 완성도를 따져야 한다.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이유를 파악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은 반드시 실천하자`는 마인드 변화다. 실천하지 않는 계획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