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中企 판로지원법`에 막힌 에너지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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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입법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돼 중소기업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나 안타깝다.

최근 신재생에너지로 가장 크게 각광받는 것이 태양광발전이다. 1만5000여 중소 전문 전기공사 기업계는 태양광 시장 성장으로 신규 매출을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태양광 시공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1조7000억원 규모 시장을 대다수 전문 전기공사 기업은 바라만 보고 있다. 중소기업판로지원법에 의해 태양광발전 시공은 공사가 아닌 제품으로 발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제조업체로 등록된 135개사만 태양광 시공에 참여할 수 있다. 그마저도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 태양광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10개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가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학교태양광발전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유휴 부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학교는 전기요금 10%를 줄일 수 있고, 교육 차원에서도 권장할 일이다. 태양광 설비는 한 번 설치하면 20년 이상 장기 사용하기 때문에 유지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이에 따라서 단순 물품 구매 발주보다는 시설 공사로 발주해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작 전문 시공 기업들은 이 사업에의 참여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관행을 이유로 태양광발전설비 공사를 제품으로 발주했기 때문이다.

전기사업법에서는 태양광발전설비는 전기설비로 취급한다. 전기설비를 설치하거나 유지·보수하는 공사는 전기 공사로, 전기 공사업자가 아니면 이를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또한 전력기술관리법에서는 전기설비 설계는 전기설계업자, 전기설비 시공감리는 전기감리원이 각각 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공공시장에서는 태양광발전설비를 태양광발전장치라는 명칭을 사용해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하고 직접 생산 확인을 받은 제조업체만 참여하도록 하고 있어 전기공사 시공업체와 제조기업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기공사업을 등록한 사업자라면 누구나 태양광발전설비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반해 공공시장에서는 굳이 태양광발전장치 직접 생산 확인을 받은 135여개사의 제조업만 참여하라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직접 생산 확인도 생산 시설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공구와 공장만 갖추고, 주요 자재인 태양광모듈 생산 시설이나 인버터 생산 시설은 없다 하더라도 이들 주요 자재 공급확약서만 있으면 직접생산 기업으로 취급한다. 쉽게 말해서 설치 공구만 갖추고 자재(모듈, 인버터)공급계약서만 있으면 직접 생산을 한 것으로 확인해 주고, 이렇게 확인받은 업체만 태양광발전 공공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판로지원법이 지나친 규제로 작용, 태양광발전 공공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설비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단일 제품이 될 수 없다. 태양광모듈·인버터·전압조절기·지지구조물·전력량계·배관·배선·모니터링장치 등 각종 설비를 이용해 전기기술 기준, 설계도서 및 시방서 등에 맞게 시공하고 시공 감리를 받아야 하는 시설공사다. 제품 구매 발주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달청이 관리하는 물품 목록에서 태양광발전장치를 삭제해야 한다. 나아가 물품임을 전제로 고시된 중소기업자 간 경쟁물품 목록에서도 빠져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신산업을 바라보는 중소기업의 기대는 크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일선 현장에서는 마구잡이 개발로 이어져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까 걱정된다. 학교태양광발전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시장 육성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현재 발주 체계 아래에서는 설계, 시공, 감리가 체계를 갖춰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민 한국전기공사협회 상무 baek182@ke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