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스포츠’라이트|윤태진②] “스포츠 아나운서, 빛나기보다 빛내야 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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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는 최근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각광 받고 있지만 처우는 그리 좋지 못하다. 대부분의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비정규직이라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윤태진도 지난해 말 정규직 전환을 하지 못하고, KBS N 스포츠를 퇴사했다.

“일단 이 점에 있어서는 선배들뿐만 아니라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면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선례를 하나 만드는 거였거든요. 제가 계속해서 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스포츠에 애정이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다면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도 불안한 직업이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모든 여자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처럼 쓰인다는 게 어쩔 수 없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 돼버려 아쉬워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을 하지 못한 제 책임이 큰 것 같아요.”

윤태진은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이 아니라 선수들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아나운서가 아무래도 연예인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연예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삼고 들어온 친구들도 있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방송인들과 전혀 다른 직업이에요. 공채 아나운서가 아니기 때문에 받는 편견도 있어 속상한 경우도 있죠. 스포츠 아나운서는 자기가 빛나서는 안 되고 선수들을 빛내줘야 한다고 선배들에게 배웠어요.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스포츠 아나운서의 역할이니까 그 부분을 명심하고 시작하는 게 좋아요.”

윤태진이 생각하는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일까.

“정복이 안 된다는 게 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만큼 배우면 되겠지 생각하는데 또 알아야 할 게 생기고, 또 결과를 알 수 없다 보니 질리지도 않죠. 스포츠의 길은 끝이 없고 정복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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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N 스포츠를 퇴사하면서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잠시 내려놓은 윤태진은 현재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이하 ‘배텐’)에서는 유일한 여성 고정 게스트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배텐’에서 유일한 여자 고정 게스트라서 그런지 강제로 여신 취급을 받고 있어요.(웃음) 제작진 분들, 배성재 아나운서와 편안하고 즐겁게 녹음하고 있고, 아재 판독(윤태진이 맡은 코너)을 하면서 점점 ‘아지매’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프리 선언하고 방송 기회가 없었는데 정말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윤태진은 ‘배텐’ 청취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곡성남’의 정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과거 방송 도중 배성재 아나운서가 ‘곡성남’을 언급하자 윤태진은 크게 당황한 적 있다.

“그냥 친한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이에요. 저는 성별 상관없이 친구들과 그냥 영화를 보러가는 편이라 그 친구와 같이 ‘곡성’을 보러 갔었거든요. 그때 그 친구가 썸 타는 여자가 있어서 저랑 영화 보러 갔다고 하면 이상할 것 같아 비밀로 해달라고 그랬는데 배성재 아나운서가 짓궂게 놀려서 ‘멘붕’이 왔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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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윤태진은 아시아경제TV 교양프로그램 ‘윤태진의 아이라인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과 경제를 주제로 한 방송인만큼 윤태진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나 마찬가지다.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업 대표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스포츠 아나운서로 지낸 5년 동안 인터뷰 노하우나 스킬이 많이 생겼단 걸 느꼈어요. 용어가 생소해서 순간 당황할 때도 있지만 새로워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즐겁게 방송하고 있습니다.”

윤태진은 끝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포부를 전하며 응원과 격려를 당부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에 있는데 이것저것 해보면서 제 색깔을 찾는 과정이에요.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질타나 비난보다 응원해주시고 조금만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으니까 곧 좋은 일도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많이 지켜봐주시고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