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이동통신 결합상품 금지를 공론화했다. 기존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으로는 통신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전이를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가입자 후생을 고려할 때 결합상품 금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비대칭규제를 비롯한 정부의 규제개선 기조와도 맞지 않아 회의적이라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유료방송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케이블TV가 IPTV와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과도한 지배력을 가진 통신사의 결합상품은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사의 시장지배력이 방송과 인터넷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통신사는 주력 상품인 모바일 상품 할인율은 낮게, 인터넷과 방송 상품 할인율은 높게 책정한다”며 “이로 인해 방송이 부상품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케이블TV와 IPTV 방송 상품 간 경쟁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 없이 IPTV 경쟁력만으로 단시간에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IPTV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모바일 전이현상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모바일 결합상품 금지가 케이블TV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결합상품 제도를 보완했지만 현장은 전혀 개선되지 않아 더 적극적으로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며 결합상품 금지를 재차 강조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 역시 모바일이 없는 케이블TV가 IPTV와 경쟁하는 것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정부가 결합판매 금지행위 세부 유형과 심사기준을 개정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시청자 후생을 고려했을 때 결합상품 금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신영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지원정책과장은 “결합상품 제한은 이용자 후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심도 있게 논의해야 되고 여러 가지 고민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손지윤 미래창조과학부 뉴미디어 정책과장은 “케이블TV는 사업자 입장에서만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이야기하는 데 시청자(가입자) 후생을 후퇴시키는 정책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가입자가 결합상품으로 높은 가격 할인을 경험하고 있는 만큼 결합상품 금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통신업계 역시 결합상품 금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제도를 손봐야 하는 것은 물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내놓은 정부가 스스로 정책을 뒤바꾸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합상품으로 인한 할인 혜택이 사라져 소비자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토론회에서는 케이블TV 위기의 요인 중 하나로 과도한 콘텐츠 지급 문제와 개선 필요성도 거론됐다.
이재호 동아방송대 교수는 “콘텐츠 지급 방식을 정률제로 정하거나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콘텐츠 사용료 지급 비율이 과도하게 증가해 조만간 모든 플랫폼 사업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한정된 수신료 매출에서 갑작스러운 콘텐츠 사용료 증가와 예측불가능성은 플랫폼 산업뿐만 아니라 일반 PP에 대한 프로그램사용료 지급 모수 축소로 이어져 결국 콘텐츠 질 저하를 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