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1년 8개월 만에 충청북도와 함께 진행해 온 항공정비(MRO)에서 손을 뗐다. 다방면에서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진행 중인 `금호그룹` 재건을 위한 금호타이어 인수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MRO 사업은 경남-한국항공우주산업(KAI) 컨소시엄이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됐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9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6일 아시아나항공이 MRO 사업계획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지난해 하반기까지 의욕을 갖고 진행했지만, 최근 회사 인수 등 주요 안건이 걸리면서 최종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청주공항 내 MRO 단지 유치를 포함한 `청주 에어로폴리스`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충북도는 2020년까지 1569억원을 들여 청주시 내수읍 입동·신안리 일원 47만3713㎡(약 14만3000평)에 1지구(항공정비)·2지구(항공산업)로 나눠 에어로폴리스를 개발할 예정이었다. 특히 1지구는 에어로폴리스 핵심인 MRO 단지로 약 15만3086㎡(약 4만6309평) 규모로 우선 개발할 계획이었다.
청주MRO단지 조성 사업에는 지난해 1월 참여를 확정한 아시아나항공을 주축으로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등이 참여했다. 미국의 컨설팅 및 재무 투자회사인 줌월트 컨설턴트와 항공기 전문 리스기업인 GSA항공도 참여의사를 타진 중이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MRO 사업 철회를 밝히면서 청주 MRO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성을 고려해 추진되어야 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다수의 해외 정비 MRO 전문업체와 함께 면밀히 검토했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지난 26일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공식적으로 사업추진 철회와 기존 양해각서의 효력 실효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박삼구 회장 지시로 MRO 사업계획서를 재검토한 뒤 1년이 넘도록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해 말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후 노선을 정리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전사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신규 투자 금액이 부족했던 것이다.
국토부 및 업계에서는 MRO 단지 조성에 약 5000억~6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국토부가 1000억원, 지자체가 1000억원 가량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업체에서 부담한다.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보유 현금성 자산은 3481억원으로, MRO 단지 조성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MRO 사업 철수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은 총 6636만9000주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매각가는 1조원 안팎에 형성될 전망이다. `제3자 지정권`을 쓸 수 없는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통한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