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장비 일색의 대학 네트워크 교재가 국산 장비 중심으로 변경된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 이해도 증가는 물론 장기로는 국산 장비 활용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다. 별도의 자격증도 개발될 예정이어서 국내 장비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를 통해 국산 장비를 내용으로 하는 네트워크 교재 편찬에 착수했다. 교수진 중심으로 편찬위원회가 집필에 들어간 가운데 내년 4월 이전 발간이 목표다.
집필진은 국내 업체가 공급하는 국산 장비를 중심으로 교재를 편찬할 계획이다. 장비 작동 원리, 구축 방안, 이기종 장비 호환성 등 장비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포괄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기술도 포함된다.
교재는 편찬에 참여한 일부 교수진을 시작으로 대학 교육 과정에 활용된다.
관련 자격증도 만든다. 단순한 수료증 차원 또는 정식 자격증 형태 일지, 국가 공인 또는 민간 자격증 형식 일지 논의가 남았다. 국가와 민간 자격증별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미래부의 입장이다.
교재 편찬에 참여하는 한 대학 교수는 “현재 대학 네트워크 교육 교재는 모두 외산 장비용 교재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해당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산 장비 중심 교육이 실시되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 해설〉
정부가 국산 장비 중심 네트워크 교재와 자격증 개발에 나선 것은 장비 업계를 살리기 위한 현실 조치다. 장비 업계는 국내 시장 포화, 이동통신사 투자 감소, 가격 후려치기 등으로 영업이익과 매출이 동반 감소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교재 활용 대학이 늘어나면 엔지니어의 국산 장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졸업 이후 기업 실무에서 국산 장비 활용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속되는 국산 장비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최재유 2차관 주재로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해우소를 개최했다. 국산 장비 교재는 당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안으로 제시된 이후 꾸준히 논의가 진행돼 왔다.
대학에서 외국 교재로 공부한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기업에서도 외산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외산 장비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비 납품과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값비싼 외산 네트워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발주처가 먼저 자격증 보유 여부를 따진다.
국산 장비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고착된 구조를 일시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국산 장비를 이해하는 엔지니어가 늘면 국산 장비 활용률도 점차 높아질 수 있다. 인재 양성으로 국산 장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 대안이다.
갈 길은 멀다. 교재를 채택하는 대학을 늘리는 게 첫 과제다. 대학의 자발 참여와 정부 독려가 필요하다. 해당 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을 취득한 엔지니어에 대한 지원책도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가 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세부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겼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