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는 한동안 차량호출 업계에 무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업가치가 총 69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 도시에 진출하며 대중교통 이용방식을 바꿔 놓았다.
그러나 지난 6개월은 우버에 시련의 시기였다.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우버는 중국 법인 우버차이나를 경쟁업체 디디추싱에 매각하며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시장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점을 감안하면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실적도 부진했다. 상반기 1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아마존이 가장 안 좋았던 시절 1년 적자와 맞먹는다. 투자자들은 우버 시장공개와 투자 보상을 요구했다. 중국에서 빠른 철수와 실적하락은 우려스러운 신호다.
블룸버그는 이런 적색 신호에도 불구하고 우버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버는 더 큰 보상을 위해 일부 사업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중국에서 우버와 디디추싱의 경쟁은 오르막전투나 마찬가지였다. 우버는 중국시장에서 2위였다.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우버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지만 늘어나는 전력 손실을 감당하지 못했다.
라이벌 디디추싱은 최근 애플 10억달러를 포함해 총 73억달러 군자금을 마련했다. 우버는 중국 6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디디추싱은 4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은 손을 놓아야할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캘러닉은 “기업가는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의 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우버와 디디추싱은 수십억달러를 중국시장에 쏟아부었지만 수익을 내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우버가 머니게임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하고 있다. 대신 우버는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철수함으로써 다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차량호출 부문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우버는 8월 초 또다른 프로젝트인 자율주행트럭 계획을 내놨다. 중국 시장 철수 선언 2주 후다. 우버는 이미 트럭비즈니스에 1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 오토를 6억80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캘러닉 CEO는 “앞으로 육상운송 시장은 글로벌하게 수조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매우 역동적이고 아직 연구개발(R&D) 단계에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는 우버 최고경영자가 어떻게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버는 이제 더 이상 차량호출 회사가 아니다. 캘러닉은 두 개 거대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만약 우버가 트럭시장을 제패한다면 중국시장에서 손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버의 변신은 차량호출시장 손실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버 손실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버는 상반기에 1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흑자를 봤던 미국시장에서도 늘어나는 보조금 때문에 2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2000년 아마존이 1년 동안 기록했던 14억달러 적자를 우버는 6개월 만에 기록했다. 지난해 우버 적자는 20억달러였다.
때문에 중국 철수는 우버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버가 디디와 치킨게임을 포기함으로써 두 회사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분기에는 우버가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차 시장이 만만치는 않다.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도 높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R&D프로젝트이고 회사 흥망을 가를 수 있는 생존 게임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할 수는 없다. 자율주행트럭은 24시간 가동할 수 있고 사고 가능성도 낮아 물류산업 혁신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내 트럭 운송비의 75%가 운전기사 인건비다.
우버는 중국시장에서는 실패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있는 정도다. 우버는 이제 물류 플랫폼 최강자라는 더 원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람부터 화물까지 모든 것을 자율주행차량이 실어나르는 세상을 꿈꾼다. 우버는 `중국에서 싸우는 것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선택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