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한국 병원 수출 모델 `칭다오세브란스병원`, HIS는 중국산 도입

2020년 1차 완공하는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이 중국 기업 병원정보시스템(HIS)을 도입키로 했다. 우리나라 선진 의료 프로세스가 중국에 진출할 첫 사례로 기대를 모았지만, 자국 제품 도입으로 병원 운영 주도권 확보는 물론 한국병원과 연계한 외국인 환자 유치 계획도 난항이 예상된다. 장밋빛 전망만 난무한 중국 의료시장 진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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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세브란스병원 조감도.

24일 세브란스병원과 후헬스케어에 따르면 2020년까 1차 완공을 목표로 하는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중국 현지 기업이 개발한 HIS를 도입키로 최근 결정했다. 병원 건립에 공동 출자한 세브란스병원은 합작사 후헬스케어가 보유한 HIS를 제안했지만, 신화진그룹 등 현지 사업단에서 중국 제품으로 최종 결정했다.

후헬스케어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과 후헬스케어 관계자로 구성된 TF가 중국 측에 우리가 보유한 HIS 도입을 추진했지만 가격 면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기 어려웠다”며 “한국 HIS보다 가격이 최대 10분의 1 수준인 제품이 있다”고 말했다.

HIS는 의료, 행정, 재정, 법 규제 등 병원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통합 정보시스템이다. 임상정보시스템(CIS), 재무정보시스템(FI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등 진료뿐 아니라 경영 등 모든 시스템이 HIS로 통합 운영된다. 단순한 IT 시스템이라기보다 병원 운영·관리 프로세스 전반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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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 병원 프로세스를 이식하기 위해 자체 HIS를 칭다오병원에 구축하려 했다. 2020년 1000병상 규모로 1차 완공이 되면 우리나라 의료진이 넘어가 환자를 진료하고 중국 측에 병원 운영 노하우를 전달한다. 병원 운영 기반인 HIS와 인적 노하우를 함께 심을 경우 우리나라 선진 병원 시스템을 중국에 전파할 수 있다. 이를 성공사례 삼아 중국 내 추가적인 병원 설립 혹은 프로세스 이식도 가능하다.

현지 기업이 개발한 HIS 도입이 결정되면서 세브란스병원이 세웠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료정보시스템을 포함한 병원 전반 프로세스를 수출하려던 목표에도 차질이 생겼다. 추후 칭다오와 한국 세브란스병원을 연계해 외국인환자까지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시스템이 표준화되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병원 경쟁력과 외부상황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우리나라 HIS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브란스병원이 보유한 HIS는 한국어 버전밖에 지원 못한다. 중국 측이 자국 제품을 활용할 빌미를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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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세브란스병원-신화진그룹 합자계약 체결식에서 장짼화 회장(왼쪽)과 정남식 전 연세의료원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칭다오병원은 세브란스병원과 중국 신화진그룹이 50 대 50 비율로 출자했다. 총 3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신화진그룹은 전액 현물을, 세브란스병원은 병원건립 자문, 병원 설계, 세브란스 사용권 등을 매각한 현금을 출자한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국내 병원은 낮은 수가, 각종 규제 등에 발목 잡혀 의료정보시스템을 포함한 병원 산업 전반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번 세브란스병원 사례 이면에는 각종 장애물로 의료IT 경쟁력이 하락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 진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의료정보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은 자국 HIS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 노하우가 부족하다. 칭다오병원에 자국 HIS를 구축해 한국 의료진으로부터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면 의료정보산업 육성과 선진 노하우를 획득할 기회가 된다.

의료정보시스템 업계 관계자는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한국 의료진을 통해 자국 HIS 기반 병원 운영 노하우를 쌓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중국에 병원솔루션과 프로세스를 수출하려고 하지만 현재로선 여지가 적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