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 서 있어도 아스팔트와 함께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13일.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은 날이다. 전라북도 군산 새만금 컨벤션센터 앞에서는 불볕더위 따위는 아랑곳 않는 전국 2000여명의 대학생들이 자작자동차에 매달려 있었다. 바다 앞인데도 바람 한 점 찾아 볼 수 없었던 체감온도 44도의 한낮, 자작차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오로지 `완주한다`는 단 하나의 바람만 있었다. 학생들에게 무더위는 중요치 않다. 시멘트 바닥에서 쪽잠을 자도 괜찮다. 이들의 열기만큼은 브라질 올림픽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본지는 `2016 한국자동차공학회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 현장을 13일과 14일 1박 2일에 걸쳐 취재했다. 자작차 대회는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자동차로 EV(전기차)·포뮬라(경주용)·바하(Baja, 오프로드) 세 부문에 걸쳐 레이스를 펼치는 대회다. 10주년을 맞은 올해 참가한 학생들은 전국 102개 대학 173개팀 2400여명. 12일에는 하루 종일 대회 출전 규격에 맞는 검사를 받고 고치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날이고 본격적인 대회는 13일과 14일에 펼쳐졌다.
13일에는 바하 부문에서는 선두차량을 따라 험로 850m 20번을 도는 내구 1경기를, 포뮬라 부문에서는 포장도로에서 8자 모양의 코너를 돌면서 선회성능을 평가하는 스키드패드와 차량 기동성과 핸들링을 평가하는 오토크로스 경기를, EV 부문에서는 주어진 주행거리를 통과해야 하는 내구 경기가 펼쳐진다. 14일에는 내구 경기 강도가 높아진다. 바하 부문은 1시간 내에 40번을 돌고 포뮬라 부문에서는 운전자 교대로 30회를 도는 식이다. 첫날 탈락해도 둘째날 완주할 기회가 있다. 그래서 밤 11시가 넘도록 경기장에서는 차량을 점검하는 엔진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완주`를 목표로 한다는 학생들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심사위원의 `DNF(Do not finish)` 판정을 받을 때면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선두팀일수록 우승 욕심이 더해져서인지 실수를 한다. 학생들의 자동차는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보통은 몇만원씩 동아리비를 모으고 학교 근처 식당 후원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차에는 삼겹살집, 통닭집 이름이 붙어있기도 하다.
학교와 선배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제작한 팀이라고 해도 우승은 장담하지 못한다. 14일 30회를 돌아야 하는 포뮬라 내구에서는 냉각수 유출, 클러치 이상, CV조인트 파손 등으로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도 겸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첫날 포뮬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다 DNF 탈락한 동주대학교 자동차·기계과 강창현씨는 “욕심내지 말 걸 그랬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내년에 준비를 더 잘해서 완주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허탈해 하는 친구들을 다독여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클러치 이상으로 바하경기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전남대학교 오토(Auto)팀도 내년에는 “반드시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종합우승은 차량검사, 오토크로스, 내구 등 다양한 평가 항목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서영대학교의 `튜닝x` 팀이 수상했다.
땡볕 아래 젊음을 불태우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경기장에 서서 경기 상황을 체크하는 운영위원들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이다. 80여명의 운영위원들 상당수는 자동차·부품 회사 연구원들로 연휴를 기꺼이 반납하고 아스팔트위에 선 사람들이다.
김세일 자작차 대회 조직위원장(현대모비스 전무)은 “학생들의 기량을 보니 일반인 대회와 견줄 만큼 놀라웠다”며 “학생들이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최고 축제의 장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군산(전북)=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