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케이블TV업계, 신뢰부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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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발 후유증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의기투합의 결과다.

케이블TV 모두 겉으로는 `단합`을 외치지만 속내는 불편하다. 어느 케이블TV가 출구를 찾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당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비대위가 뚜렷한 성과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첫발을 내디딘 비대위에 기대할 게 없다는 혹평도 나온다. 케이블TV 내부 신뢰만 붕괴된 게 아니다. M&A 과정에서 통신사 간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M&A를 둘러싸고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진흙탕 싸움도 벌였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바닥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유료방송 발전방안 연구반을 구성했다. CJ헬로비전 M&A로 인한 케이블TV의 피해를 진단하고 유료방송의 발전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료방송 누구도 연구반에서 영향력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정권 초기에도 재송신료 등 방송업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정권 말기인 지금은 더욱 힘들 것이란 추측이다.

미래부는 과거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를 구성하고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지상파TV의 불참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 자본이라고 했다.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분업과 협동이 쉽다. 그러나 저신뢰 사회에서는 늘 속지 않을까, 이용당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 때문에 과다한 비용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 산업이 그렇다. CJ헬로비전 M&A 이슈는 사라졌지만 `불신`은 남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의심을 해 봤자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불신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비용만이 들어갈 뿐이다. 상대를 믿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나쁜 상황에 빠진다. 이제라도 불신을 털어 내고 서로를 믿어야 한다. 유료방송 전체가 상호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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