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케이블TV가 동등결합 논의에 착수했다. 통신방송 결합상품에서 동등결합이 제도화됐지만, 상품 출시는커녕 한동안 구체적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이 협상을 시작했다는 자체가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다. 하지만 쟁점 사항이 많아 상품 출시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9일 통신방송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가 대표단을 구성, SK텔레콤과 만남을 가졌다. 양측 의견을 개진하고 동등결합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뚜렷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나가자는 데 합의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지난 4월 방통위가 동등결합 관련 고시를 내놨지만 몇 달 동안 여러 이유로 SK텔레콤과 케이블TV간 이렇다 할 논의가 없었다”며 “협의를 시작했으니 도입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등결합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케이블TV도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8년 처음 도입됐지만 유명무실했다.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동등결합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화하며 강제력이 배가됐다.
케이블TV는 동등결합이 어려움에 처한 케이블TV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모바일과 케이블TV 상품을 결합상품으로 묶어 판매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쟁점은 많다. 우선 `동등결합의 정의`부터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 방통위는 동등결합 제공을 거절해서는 안 되며 차별적 대가와 조건으로 제공해서도 안 된다는 등의 금지행위 유형만 고시로 정했다. 동등결합 판매 주체, 요금결정권 등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모바일 상품을 판매할 때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과 케이블TV 인터넷 중 선택을 권유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반면, 케이블TV가 SK텔레콤 모바일 사용자에게 케이블TV 상품을 결합으로 묶어서 판매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동등결합 상품을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만 15곳이다. 각사가 상품을 3개씩만 내놓아도 45개다. SK텔레콤의 수많은 모바일 상품과 45개를 결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품 단일화와 전산 개발은 동등결합 도입을 위한 필수 과제다.
SK텔레콤은 자체적으로 상품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여기에 동등결합 상품 내용을 추가하기엔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전에 다른 방안이 있다면 협의를 해나가자는 뜻을 전달했다.
해결 과제가 많아 동등결합이 언제 도입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케이블TV는 모바일 결합상품 확산에 따라 동등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계에 동등결합 관련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등결합 주요 쟁점>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