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한국 핀테크 산업 활성화, 모바일지불결제에서 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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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년 내에 기존 은행은 경쟁력을 잃고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은행의 주 수입원인 예대 마진 수익이 낮은 금리로 인해 줄고, 무엇보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이 융합된 핀테크(FinTech)가 금융 서비스 형태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핀테크란 금융과 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의 금융 서비스에 ICT를 결합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페이팔,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과 같이 ICT의 특성을 활용해 전통의 금융 서비스와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전통 금융 서비스에 핀테크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ICT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을 넘어 인터넷금융업을 창출하는 등 금융과 ICT 결합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2, 3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조류에 따라 핀테크가 핫이슈다. 지난 2014년 초 규제개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인들이 공인인증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못 산다”고 지적하면서 전자지불결제 제도에 대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2014년 5월),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 마련(2014년 7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2015년 6월) 등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에 필요한 규제 개혁과 관계법령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폭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 핀테크 산업과 비교할 때 국내 핀테크 사업은 아직까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이 단 1개사도 없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대안은 없는 것일까.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전자지불결제, 특히 모바일 지불결제에서 답을 찾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신규 카드가맹점에서 IC카드 결제단말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카드 가맹점은 2018년 7월까지 마그네틱 카드 결제단말기를 IC카드 결제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접촉식 디지털 결제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 혁신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하는 비접촉식 모바일 지불결제 분야에서 더욱 활발하게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지불결제의 기본이 되는 이동통신 인프라와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NFC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기 때문에 모바일 지불결제 인프라의 절반은 이미 구축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절반인 NFC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지불결제 단말기의 보급은 지극히 부진하다는 것이다.

최근 카드결제를 바탕으로 세계 전자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EMVCo(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중심으로 결성된 세계 IC카드 표준규격 단체)가 세계생체인증표준협회(FIDO)와 협력해 생체인증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기기 인증 표준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더욱 간편한 사용자 인증으로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NFC 통신방식이나 사용자 인증방식 등 모바일 지불 결제에 필요한 표준화 주체도 모호하고, 표준화에 대한 눈에 띄는 진전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의 핀테크 확산 추세에 뒤지지 않고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유관 부처, 금융기관, ICT 업계가 힘을 합쳐 다양한 모바일 지불결제 수단을 수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인프라에 대한 표준 규격부터 제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결제 인프라를 구축, 핀테크 산업 생태계를 하루 빨리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다양한 비즈니스 혁신과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된 것처럼 우리나라 전역에 모바일 지불결제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다양한 핀테크 혁신이 이뤄짐으로써 핀테크 산업 발전은 물론 관련 IT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부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 모두가 적극 협력, 급변하고 있는 세계 핀테크 흐름에 적극 대처해야 할 때다.

임차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csleem@t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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