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던 국산차 5개사 경영 환경이 하반기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하반기 내놓을 신차 실적에 따라 올 한해 경영 성과가 판가름날 것으로 녹록지 않다. 어떤 전략으로 하반기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개소세인하 종료, 디젤게이트, 환경 정책, 불황으로 인한 소비 위축, 수출 감소 등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이 불확실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반기에는 고급차와 SUV 비중이 높아지면서 판매대수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매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내수에서는 최대 볼륨 시장이었던 중형세단 시장을 르노삼성과 쉐보레에 뺏긴데다 미국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는 SUV 모델이 당장 부족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그랜저 조기 출시와 G80의 성공적인 미국 출시, SUV 미국 생산량 확대 등이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세단 위주였던 미국 시장마저 SUV 비중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제네시스 SUV가 2019년과 2020년 출시 예정인 만큼 고속성장하는 미국 SUV에 대응하기 위해서 현대차는 싼타페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상반기 K7과 니로 등 신차 효과를 누렸던 기아자동차는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발생과 수출 부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종성 애널리스트는 “기아차는 양호한 분기 실적 실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손익 악화 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내수 및 수출판매 동반부진, 비우호적 환율 방향성, 통상임금 관련 대규모 충당금 발생에 대한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선결조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일 출시한 SM6 디젤 모델이 SM6 인기를 이어갈 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 3월 SM6 출시 당시만 해도 디젤 모델이 가장 기대가 컸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영향으로 디젤 모델에 대한 인기가 떨어진데다 박동훈 사장 등 전 폭스바겐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경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쏘렌토가 최고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QM6 판매를 개척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침체된 중형세단 시장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킨 SM6와 한참 인기가 높은 SUV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QM6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쉐보레는 하반기 볼트(Volt)와 크루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볼트는 1회 충전 거리가 전기차에 준할 정도로 길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PHEV로 분류되면서 보조금이 500만원에 불과해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셰어링 업체 등과의 파트너십 운영이 볼트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또한 기대를 걸만 하지만 아반떼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
우려와 달리 쌍용차는 티볼리에어로 오히려 티볼리 인기를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티볼리 인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신차효과가 점차 떨어질 수 있어 새로운 모델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또한 디젤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배기가스 규제도 쌍용차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