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업종 기업의 사업 재편을 3년 동안 한시 지원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의 시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원샷법은 다음달 13일 이후 사업재편심의위원회가 실시 지침을 최종 확정하면 시행에 본격 들어간다. 원샷법은 19대 국회에서 진통 끝에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유일하게 통과됐다.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야당의 견제에도 우리나라 산업의 선제 재편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시대의 당위성에 따른 결정이다. 법안 통과 이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시행령과 실시 지침을 잇달아 마련하며 법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만전을 기울였다. 원샷법은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과잉 공급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다양한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원샷법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업이 원샷법
을 활용하는 첫 단계는 실시 지침에 맞춰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시 지침에 따라 과잉 공급 여부 판단, 사업 재편 목표와 유형 등을 포함한 활용 계획을 주무 부처에 제출하고 심의위원회가 최종 승인하는 절차다.
지난달 초 공개된 실시 지침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교차한다. 우선 과잉 공급 여부를 기업이 직접 증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원샷법은 기업이 자신의 제품이 어느 업종에 속하고 그 업종이 과잉 공급 상태에 있음을 주무 부처를 상대로 입증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실시 지침은 과잉 공급 판단 기준과 업종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규정한다. 실시 지침은 표준산업분류 4단위 또는 그보다 상세한 단위를 기준으로 과잉 공급 상태를 확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표준산업분류 4단위를 적용할 경우 업종이 1000개가 넘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당 업종의 최근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한 상태라는 것을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 보조 지표인 가동률, 재고율, 고용 대비 서비스생산지수는 업종별 과거 10년간 평균과 최근 3년간 지표 변화 추이를 전체 제조업 및 서비스업 통계와 비교해야 한다.
이 같은 작업을 중소기업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수치는 한국은행이나 통계청 자료를 활용할 수 있지만 1000개가 넘는 업종 단위로 과거 10년간 통계를 산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업종별로 통일된 수치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 특성에 따른 다양한 지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추후 심의 과정에서 논란으로 될 여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원샷법 시행에 맞춰 다양한 사업 재편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체로 실시 지침에 맞춰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라면서 “대기업 지원 논란에 따른 시비를 없애기 위해 너무 촘촘하게 지침을 마련한 것이 오히려 중소기업에는 특별법의 취지가 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 재편 계획 신청 이전에 주무 부처 상담과 신청 후 협의를 거쳐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부가 각 부처에서 활용할 원샷법 업무 지침 마련에 공을 들인 배경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들이 활발하게 원샷법을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열린` 실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애초에 원샷법 적용 대상을 과잉 공급 업종으로 한정하고, 대기업 편법 지원 논란에 따른 시비를 없애기 위해 실시 지침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자신이 속한 업종이 과잉 공급이라는 것을 기업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른바 과잉 공급 업체라는 `낙인`에 따른 시장의 곱지 않은 반응이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강석구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원샷법 논의와 제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을 공급 과잉 업종으로 한정한 것이어서 낙인 효과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법 시행 과정에서 이 같은 우려를 없애고 기업들이 사업 선제 재편에 더욱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다음 달 원샷법 시행 이전까지 각종 설명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집하고 초안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초안 공개와 함께 사전 상담 체제를 가동, 기업 문의에 대응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샷법 실시 지침은 경제 단체 및 업종별 단체들과 협력해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 사전 차단과 체질 개선으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력하고, 차질 없는 법 시행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