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전체 분석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마크로젠이다. 시장 태동기부터 민간 시장 문이 열린 현재까지 마크로젠은 기술은 물론 비즈니스 선도 기업으로 산업을 이끈다. 최근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정밀의학 구현 선봉장으로 비상을 준비 중이다.
마크로젠은 199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를 모태로 탄생했다. 설립 3년 만에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로는 최초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국내 대표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는 회사 성공 비결로 일찍부터 시장에 뛰어들어 축적한 노하우와 인프라, 효율성을 꼽았다. 회사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DNA 분석을 위한 일루미나 `하이세크 엑스 텐` 등 대형 장비 21대를 확보했다. 지낼리스 최신 데이터 처리 솔루션도 추가로 도입했다. 분석 시스템 규모로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정 대표는 “마크로젠이 구축한 분석 시스템은 세계에서 3위 안에 들 정도로 경쟁력이 있으며, 이를 이용해 생산하는 데이터양도 선두권”이라며 “기계 가동률도 80%가 넘을 정도로 많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전문 인력이 분석한 결과물도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분석 인프라를 갖춘 마크로젠은 세계 150개국 1만8000여명 연구자에게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유전체 분석 서비스 `에이세크`는 2011년 307억원에서 지난해 649억원으로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다. 2009년 한국인 개인 유전체 전장서열 분석, 2010년 아시안 유전자 복제수 변이(CNV) 지도 완성, 2011년 RNA 자체 염기서열 변이 세계 최초 확인 등 산업발전과 국민건강에 기여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 사업 주관기관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아시아 지놈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3년 내 아시아인 10만명 유전자 정보를 확보해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정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프로젝트에서도 마크로젠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사업 초기부터 해외 의료기관, 연구소와 손잡고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체 분석 시장도 결국 유전체 데이터와 글로벌 레퍼런스가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며 “꾸준히 미국 대학병원과 공동연구는 물론 지놈센터를 운영하면서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확보한 게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우리를 신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부터 민간 유전체 분석 시장이 열리면서 관련 업계 기대가 크다. 마크로젠은 개인 유전체 분석 시장도 중요하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한 비상을 준비 중이다.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실제 치료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된다.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 입주해 정밀의학센터를 개소, 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세종테크밸리에 입주해 유전체 분석 기반 암 진단, 소아 유전병 치료 등을 위한 시설도 구축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마크로젠이 지향하는 것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학을 구현해 전체 진료를 효율화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분석만 하는 게 아니라 결과물을 치료에 접목하기 위한 전문의료센터 개소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개소한 중국 합작법인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동양인에 최적화한 치료법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