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속 개구리`. 서서히 끓어오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개구리가 결국엔 탈출하지 못하고 뜨거운 물속에서 죽는다는 이야기다. 케이블TV 산업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비유를 찾기도 어렵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통신 산업 역시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채 갈 곳을 잃고 헤맨다. 국내 첫 통신·방송 융합 인수합병(M&A) 무산을 계기로 통방산업의 현황, 원인, 대안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가장 절박한 건 케이블TV다. M&A 불발 직후 케이블TV방송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이대로 가다가는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케이블TV는 가입자 이탈에 속수무책이다. 2009년 1514만가구가 정점이었다. 이후 매년 가입자가 빠지면서 급기야 지난해 12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50%가 무너졌다. 디지털서비스와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앞세운 IPTV, 위성방송에 과반을 내주고 말았다. 3월 현재 1443만 가구다.
사업 기반인 가입자가 줄면서 매출과 영업이익도 동반 하락세다. 케이블TV 방송 매출은 2013년 2조3792억원에서 성장을 멈췄다. 이후 2년 연속 감소, 지난해 2조259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증가는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6278억원을 기록한 뒤 3년 연속 감소, 지난해 간신히 4000억원에 턱걸이했다. 전년 대비 감소폭이 10%를 넘었다. 매출에서도 IPTV+위성방송 연합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케이블TV 업계는 디지털 전환 투자, 알뜰폰 사업 진출, 제4이동통신 추진 등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디지털방송(53.3%) 가입자가 아날로그(46.7%)보다 많은 게 그나마 위안이다.
SO협의회 관계자는 “케이블TV는 방송과 인터넷 상품에 아무리 투자해도 이동통신 결합상품에 의해 경쟁이 봉쇄되고 있다”면서 “유료방송 상품을 무료 또는 저가화하는 비정상의 결합판매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 산업도 속된 말로 `좋은 시절` 다 갔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고가요금제를 사용하는 신규 가입자가 급증하던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지난해 말 4366만명으로 보급률이 81.4%에 이른다. 2010년 14.2%에서 출발, 불과 5년 만에 포화 수준에 도달했다. 이 숫자는 지난 5월 4497만명으로 늘었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고가요금제를 사용하는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는 4376만명으로 전체의 73%다. 그나마 2세대(G) 이동통신 가입자가 있는 SK텔레콤 영향으로 수치가 낮게 보일 뿐이다. LTE 보급률은 LG유플러스 88.8%, KT 86.1%다. 사실상 꽉 찼다.
통신사의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 1인당평균매출(ARPU)은 3만원 중반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1분기 3만6414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LG유플러스는 3만5857원으로 전년보다 1% 감소했다. KT만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시장 포화로 수익이 늘어날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처음으로 3사 모두 매출이 감소한 통신업계는 선택약정(20% 요금할인) 가입자 증가로 향후 매출 추가 감소를 우려했다. 선택약정 가입자는 6월 말 8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통사는 약정 기간인 1년 또는 2년 동안 매달 요금의 20%를 깎아 줘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준다.
통신업계는 스마트폰·LTE에 이은 신성장 동력원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사물인터넷(IoT), 홈IoT, 기가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정도다. 5세대(G) 이동통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대중에 보급되기까지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 가입자 추이 (자료:2015 방송시장 경쟁 상황 평가)>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