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상 운전자는 K7, 그랜저, 코란도C의 인포테인먼트, 공조시스템을 비롯해 운전대 기본 버튼 조작조차 상당히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동차 내부 시스템의 사용자 경험을 평가한 첫 실험 결과다.
지용구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3년 연구를 거쳐 국내 처음으로 자동차 사용자 경험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약 100명의 시험으로 모델 적합성을 증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작동 버튼 수, 버튼 배치와 크기 같은 수십가지 요소에 기반을 두고 분석해 조작 복잡도를 파악했다. 조작 복잡도가 높을수록 실제 실험에서 사용자도 조작에 어려움을 느끼는 개념이다. 검증 실험은 20~30대와 40~60대 남녀 두 그룹 100명이 국산차 12종과 BMW 1종을 조작해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험에 참여한 이들은 오디오나 에어컨을 켜는 등 기본적인 조작행위 13~15가지를 수행했다. 복잡도 상 그룹에서는 40~60대 운전자가 과제의 50% 정도를 수행하지 못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과 실제 실험 모두에서 기아 `K7 디럭스 스페셜`이 가장 조작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그랜저 HG 럭셔리`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쌍용 `뉴 코란도 C CVT`는 이들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복잡도 상 그룹에 속해 있다. 첨단 기능을 많이 적용해 버튼이 복잡해지다보니 볼륨조작 같은 기본 기능 구현도 어려운 수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BMW 플래그십 모델인 `740D`는 복잡도 중 그룹에 위치해 기능이 많다고 반드시 복잡한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기능이 들어 있어도 사용자는 인터페이스 설계에 따라 덜 복잡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13종 중 복잡도가 가장 덜한 자동차는 현대 `싼타페 DM 모던`이었다. 실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버튼을 문제 없이 조작했다. 모델에서도 복잡도가 가장 낮았다. 기아 `더 뉴 스포티지 R 럭셔리`와 `K3 디럭스`가 뒤를 이었다. 중형·준중형급인데도 경차 모닝보다 더 조작하기 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으로 3년간 진행됐다. 지 교수팀 연구결과는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과 같은 해외 유명 저널에도 소개됐다.
JD파워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운전자는 제조사가 제공하는 각종 첨단 장치의 20%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작이 불편한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지용구 교수는 “복잡도가 높은 그룹은 주로 첨단 장치가 더 많이 장착된 차다. 이 차의 운전자는 과업 수행이 어렵다보니 2초 이상 전방 시선 이탈 가이드라인을 위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동차도 보다 운전자 친화적인 사용자경험(UX) 고민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