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돌아가는 ‘구안와사’, 스트레스·과로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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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주부 홍길숙(가명)씨는 이사를 하느라 신경을 많이 쓰고 과로한 까닭에 우측 편두통이 생겼지만 종종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진통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양치질을 하는데 입가로 물이 새고, 밥을 먹는데 우측 입안에 밥알이 자꾸 끼는 바람에 놀라 거울을 보니 우측 얼굴 움직임이 둔해져 있었다.

안면마비(Facial palsy)는 외상,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감염 등 중추신경 문제로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초신경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말초신경 문제로 발생한 경우 구안와사, 와사풍 등으로 부른다. 홍길숙(가명)씨도 이 경우에 속한다.

구안와사는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인해 발생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벨마비(Bell's palsy),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람세이-헌트 증후군(Ramsay-Hunt Syndrome), 입술 쪽이 부으면서 반복적인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멜커슨-로젠탈 증후군(Melkersson-Rosenthal Syndrome) 등으로 더 나눌 수 있다.

흥재연합한의원 박재흥 대표원장은 “흔히 차가운 곳에서 잠을 자거나 찬바람을 많이 쐬서 입이 돌아갔다고 하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며, “다만 차가운 곳에서 잠을 자야 되거나 찬바람을 많이 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이라면 과로나 스트레스가 많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안와사, 와사풍이 발병하면 외관상 얼굴이 비뚤어지고 감각이 둔해진다. 눈감기, 입꼬리 올리기, 휘파람 불기, 코 찡그리기 등 일상적인 안면 움직임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초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마비된 안면근육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거나 악어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 등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박재흥 대표원장은 “안면마비, 벨마비는 다른 질환과는 달리 얼굴 외관상 문제가 생기므로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뺨이나 손목 등에 약쑥만 붙이고 있는 등 시간만 허비하다가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에서는 흔히 중추성 안면마비(중풍)과 말초성 안면마비(구안와사)를 이마주름 잡기로 구분한다거나 가만히 쉬면 모두 낫는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발병 초기부터 진료 경험도 풍부한 전문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진수 기자 (lj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