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설국열차’에서 크리스 에반스와 송강호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낯설지만 오묘했던 순간이었다. 한국배우들과 할리우드배우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생김새까지 이질적이다. 때문에 한 영화 안에 함께 담겼을 때 다소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라도 마찬가지 듯이,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력, 배우의 연기력은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만든다. 이런 조화로움은 영화 ‘인천상륙작전’ ‘옥자’ ‘특별시민’ ‘택시운전사’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이들을 가장 조화롭게 구성하는 대표적인 감독이 봉준호 감독이다. 그의 작품에는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다. ‘설국열차’의 크리스 에반스, ‘옥자’의 제이크 질렌할, 그리고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틸다 스윈튼은 ‘옥자’에서 출연 및 공동 제작까지 맡으면서 한국영화에 깊게 개입하고 있다.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 제이크 질렌할은 ‘브로크백 마운틴’ 등의 주인공으로 할리우드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스타이며, 본 고장에서도 이들을 섭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봉준호 감독과 작품을 한다. 그 이유는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설국열차’개봉 당시 한국을 찾은 크리스 에반스는 “아무리 시나리오와 배우가 탄탄해도 훌륭한 감독이 없다면 훌륭한 영화가 나오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매력적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극중 외국인이 꼭 필요한 경우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5ㆍ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에서는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외국인 기자 역이 필요했고, 그 역할은 토마스 크레취만이 맡았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에서도 첩보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연합군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을 맡을 배우가 필요했다.
‘인천상륙작전’제작진은 시나리오가 완성됐던 2014년에 리암 니슨에게 맥아더 역할을 제안했지만, 할리우드가 주 무대인 그는 선뜻 한국영화 출연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리암 니슨과 같은 미국 에이전시인 CAA 소속인 이재한 감독이 연출자로 합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리암 니슨이 감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안 제작진은 리암 니슨에게 이재한 감독의 전작인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포화 속으로’를 보낸 것이다. 또한 제작진은 수정된 시나리오와 함께 리암 니슨의 이전 작품 중 맥아더 역할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추려서 특별히 제작한 영상을 전달했고 마침내 그가 출연하게 됐다.
또한 ‘메이즈 러너’로 인기를 모은 한국계 미국인 이기홍은 오는 2017년 개봉하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에서 라미란이 맡은 양진주의 아들 역할을 맡으며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특별시민’의 배급사 쇼박스는 이기홍이 ‘특별시민’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이기홍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했고, 한국 영화배우들을 존경하는 마음 또한 컸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속 한국 영화 산업의 위치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리암 니슨이 출연한 영화 ‘테이큰’,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한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역시 북미를 제외한 나라에서 가장 큰 흥행을 거뒀다. 한국을 찾은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한국 영화 산업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할 정도로 한국 영화 시장은 작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것이 과연 한국 영화계 또는 할리우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한 영화 관계자는 “해외 영화 시장에 한국 영화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즉, 할리우드 배우의 출연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용이할 것이고, 이는 한국 영화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 된다”고 이야기 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그와 반대인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영화에 진출하는 것은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인 것 같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이유는 오로지 작품과 배우이지 않나.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 소재에 대한 흥미 등을 기반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믿음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때문에 할리우드 배우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영화 시장이 확대가 됐다. 한국영화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