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썰전’, 걸어온 길 & 걸어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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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썰전' 캡쳐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얼마 전 JTBC는 “‘썰전’의 2부인 ‘썰쩐’이 6월3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부분 종방하고, 당분간 1부를 확장해서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방송에서 김구라는 "2부 시청률이 조금 낮은 관계로 조치를 내리게 됐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며 1년 간 꾸려왔던 2부를 정리 했다.

‘썰전’은 그동안 1부의 ‘하드코어 뉴스깨기, 썰전(戰)’과 2부 ‘돈에 대한 모든 썰, 썰쩐(錢)’으로 구성되어 왔다. 2부 코너가 없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썰쩐’ 이전에는 대중문화 비평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예능심판자’가 있었다. ‘썰쩐’과 마찬가지로 김구라가 주축이 된 코너였지만 김구라 외에도 전 아나운서 박지윤, 문화평론가 허지웅, 정치인 출신 변호사 강용석, 개그계의 브레인 이윤석 등이 활발하게 의견을 내놓았던 코너였다. 모두 자기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심도 있는 토론이 가능했고, 다른 프로그램을 향해 종편다운(?)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허지웅이 자진 하차했고, 불륜 논란을 일으킨 강용석도 하차했다. 이들이 빠지고 서장훈이 들어왔지만 이내 코너가 폐지됐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이 김구라, 서장훈, 장도연, 최진기가 나선 경제 관련 코너 ‘썰쩐’이었다. 하지만 약 1시간10분 중 단 10분만 할애된 방송은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전락했다. 짧은 시간만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아니다. 이런 시간 배분은 과거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라디오스타'와의 관계와 비슷하지만, 오히려 ‘라디오스타’는 자신들만의 콘셉트를 앞세워 메인프로그램이 성장한 바 있다.

‘썰쩐’은 콘텐츠부터 패널까지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는 ‘썰전’의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았다. 전문가인 최진기가 주축이 됐지만, 김구라와 맞선다기보다 정보를 주는 인물에 불과했고, 콘텐츠 자체도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내용들이었다. 때문에 ‘썰쩐’을 없애고 1부를 확장한다는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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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썰전' 캡쳐

한 코너를 폐지했지만 ‘썰전’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1부의 상승세다. 올해 초 ‘썰전’의 간판이었던 이철희-이준석이 20대 국회의원 선거로 빠지면서 위기를 맞닥뜨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원책-유시민이라는 인물을 기용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이전에 2% 중반 대였던 시청률은 3% 중반 대 시청률로 올랐고, 화제성 면에서도 동시간대 다른 프로그램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7일부터는 1시간 동안 진행됐던 1부가 1시간10분으로 연장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식대로 전원책-유시민 작가의 이야기만 계속 이어진다면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썰전’의 김은정 PD는 “정치권에 계신 분들을 모시고 얘기를 듣는 코너를 간헐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규 2부 코너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런 실험 무대는 이미 지난 5월12일과 6월9일과 16일 방송에서 이뤄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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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썰전' 캡쳐

20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인 지난 5월12일, 국회 입성은 실패했지만 4년 후가 기대되는 ‘정치 꿈나무 특집’으로 새누리당의 이준석과 해당 방송일까지는 19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출연해서 ‘청년 정치인’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평소 2부에 할애되던 10분이 아닌 무려 30분이라는 긴 시간으로 편성됐고, 이에 걸맞게 이준석-김광진은 청년 비례대표 이야기 등에 관해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다. 특히 이준석은 이전 ‘썰전’멤버로서 다시 한 번 출연해 과거 이철희 의원 앞에서 다소 주눅이 든 듯한 모습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자신의 소신을 자신 있게 펼쳐냈다.

또한 6월9일과 16일에는 한 회당 10분 씩 2회에 걸쳐 '20대 국회 개원 특집’을 선보였다. 국회에 새로 입성한 야당의 초선 비례 의원이자 ‘썰전’의 개국공식 이철희 의원, 여당의 3선 중진 의원이자 지난해 ‘썰전’에 출연한 적 있는 김성태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서 직접 20대 국회 개원 뒷이야기를 선보였다.

이철희 의원은 과거 평론을 하던 입장에서 평론가의 평을 받는 정치인의 입장이 됐기 때문에 “다른 당 이야기 왈가왈부하기 어렵다”라며 6개월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새누리당이)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라고 예전처럼 일침을 놓기도 했다. 김성태 의원 역시 현역 의원답게 ‘우리 당’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서 진행했던 유시민-전원책 작가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이처럼 우선 1부를 확대 운행하겠다고 했지만, 반응이 좋을 경우엔 2부를 편성하지 않고 1부만으로 방송을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썰전’의 첫 시작은 정치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시선을 가진 각계각층의 입담가들의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었다. 게다가 ‘썰전’은 연예계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자 화제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문제를 향해 화두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로운 코너를 만드는 것은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어려운 일이고, 지난 2부의 두 코너가 잘 된 상태에서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은 심화돼야 한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처럼 단순히 ‘가능성’이 있는 예능인이 아닌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낼 줄 아는 인물을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패널 섭외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비평, 독한 혀, 패널’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코너를 기획한다면 분명 ‘썰전’은 또 하나의 문화를 창출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