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최근 정규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를 발매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다. 평소 ‘문법경찰’이라고 불리는 장기하는 한국말다운 한국말 가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발음을 할 때도 잘 전달하기 위해 한국말답게 발음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의 한국말 사랑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서 온전히 전해진다. 말하는 듯 노래하는 장기하의 음악은 가사를 보지 않아도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그대로 접할 수 있다. 이번 ‘ON+플레이리스트’에서는 장기하가 추천한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담아낸 노래 5곡을 소개한다.
#1. 김창완밴드(feat.고상지) - 시간
내가 꼽는 올해의 노래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러닝타임 5분 중 3분 동안은 그냥 말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자세히 들어보면 노래다. 정확한 멜로디가 없다 해도, 감정을 적절히 담아 말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것이다. 한국말이 얼마나 음악적인지를 이만큼 잘 보여주는 곡이 또 있을까?
#2. 김목인 - 한결같은 사람
김목인의 노래는 수필 같다. 산문처럼 써내려간 가사가 그렇게 유려한 멜로디에 착 달라붙는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단골집 주인이 두런두런 하는 이야기를 듣듯이 편안한 기분이었다가 마지막 한 줄에서는 “아…!”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가사다.
#3. 김반장 - 한 이불 속 우리
김반장은 어느 순간부터 범접할 수 없는 보컬리스트가 되었다. 정통적인 레게의 느낌을 내면서도 한국말 고유의 발음과 운율을 이토록 잘 살려서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을 나는 그밖에 모른다. 가수 김반장의 전성기는 아소토 유니온에서 “Think About’Chu”를 부르던 때가 아니라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4. 산울림 -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산울림은 한국말이 화려한 언어라는 것을 보여준 밴드라고 생각한다. “웃는 모습으로 그냥 간직하고 싶어. 어느 날 장난감 가게에서처럼…”이라는 가사를 어느 부분에서 빨리 발음하고 느리게 발음했는지, 어디서 끊어 부르고 어디서 이어 불렀는지를 귀 기울여 들어보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 장기하와 얼굴들 - 그러게 왜 그랬어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처럼 한국말의 맛을 잘 살린 곡들을 쓰려고 노력한다. 특히 말도 노래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는 무언가를 음악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싸구려 커피”, “티비를 봤네”, “사람의 마음”등이 그런 방식으로 만든 노래들이었다. 4집에서는 이 곡이 그렇다. 이런 시도를 오랫동안 해 나가다보면 나도 나중에는 “시간”같은 곡을 쓸 수 있을까?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 / 디자인 정소정 / 글 장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