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양사는 비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심사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지연 등의 피해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회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SK브로드밴드와 합병, 케이블TV와 IPTV를 합친 `하이브리드 사업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앞서 지난해 4월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생활가치·통합미디어·사물인터넷`이라는 3대 플랫폼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3대 플랫폼 비전의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SK텔레콤은 아울러 CJ그룹과 공동으로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 콘텐츠와 IT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올 3월에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과 합병해 3200억원 규모 콘텐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을 불허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내면서 이 같은 비전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
CJ헬로비전은 합병 불허의 직접적 타격을 입었다. 심사 기간이 길어진 것도 이 회사엔 악재였다. CJ헬로비전은 이날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영업활동 위축 △투자활동 정지 △사업다변화 기회 상실로 영업이익, 미래성장성이 모두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극도의 고용불안에 시달린 직원들이 이번 결정으로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됐다”고도 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이사는 “CJ헬로비전은 합병 심사가 길어지면서 디지털전환율이 제자리에 머무는 등 투자를 하지 못해 타격을 입었다”면서 “차라리 빨리 결정을 냈더라면 이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