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 양측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확대안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5년 연속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조는 5일까지 사측에서 임금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현대중공업 노조와 연대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노조가 이번에도 파업을 실시하면 역대 28번째 파업이 된다. 사측은 파업을 막기 위해 집중교섭을 계획 중이지만 구체적인 제시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는 5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14차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가진다. 이번 교섭은 사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한 협상안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노조가 지난 13차 교섭에서 이날까지 협상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오는 22일 파업에 돌일한다는 `최후통첩`을 전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 △친환경차 관련 조합원 고용안전대책위원회 구성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시행에 따른 임금보전 △일반·연구직 조합원(8000여명) 승진 거부권 △해고자 2명 원직 복직 등을 일괄 제시했다. 사측은 지금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이미 임협 요구안을 놓고 2차례 협의를 마쳤지만 사측은 아무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형식적인 절차만 취하려 하고 있다”며 “5일까지 일괄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일괄 협상은 준비하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제시안과 별도로 임금피크제 확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만 59세 임금 동결 후 60세에 임금을 10%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58세 동결, 59세와 60세에 각각 10% 삭감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 확대 방안이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올해 임금협상에서 협상하기로 한 것. 하지만 노조 측은 올해 임금피크제가 단체협약 사항이기 때문에 올해는 이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 문제도 여전하다. 노사 양측은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모색 중이다. 노조는 근무여건상 대부분 지급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통상임금 확대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3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물량 수급을 위해 대부분 직원들이 2개월에 15일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사측은 여전히 △정기상여금 지급 조건 준수 △통상임금 관련 소송 미결 △ 1·2차 협력업체 임금 부담 축소 등을 통상임금 확대 불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오는 노조 파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2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맞춰, 현대중공업과 연대 파업을 계획 중이다. 노조가 이번에 파업을 실시하면 지난 2012년 이후 5년 연속이자, 노조 출범 이후 역대 28번째 파업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후,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 등 4번을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였다. 특히 2001~2003년, 2006년, 2012년, 2013년 등 노조 파업에 의한 매출 손실이 1조원을 넘은 적이 6차례나 있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