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회]나노 기술로 지속 성장 돌파구 마련하자

나노 기술이 산업화 속도를 내고 있다. 10여년간 연구개발(R&D) 노력이 빛을 볼 차례다. 조금씩 제품화 성과가 나고 있지만 여전히 병목이 존재한다. 2단계 성장 전략이 절실하다. 나노 물질의 양산성 확보, 안전성 검증 플랫폼 마련, 수요-공급기업 간 상생 생태계 구축이 과제다.

우리나라는 나노융합 산업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갖고 있다. 나노 기술을 제품화할 수 있는 세계적 수요 기업이 포진했다. 위기를 맞는 전통 산업에 나노 기술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병목 현상 극복 여부에 따라 지속 성장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전자신문은 그 동안 `나노강소기업이 뛴다` 시리즈를 20회에 걸쳐 연재했다. 시리즈를 결산하고 나노융합 산업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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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융합산업 활성화 및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좌담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더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진우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나노PD, 한상록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전무, 김홍철 쎄코 대표,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송용설 아모그린텍 부사장, 강종원 나노미래생활 대표, 장지영 전자신문 부장.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참석자(가나다 순)

강종원 나노미래생활 대표

김홍철 쎄코 대표

송용설 아모그린텍 부사장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창의산업정책국장

조진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나노융합 PD

한상록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전무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장)=과거 나노융합산업은 기술개발 중심으로 지원을 받았다. 이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지원이 이어졌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동안 사업 성과와 과제, 현황을 먼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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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진 산업부 창의산업정책국장=2000년대에 나노 융합산업 발전 속도를 예측했을 때는 2015년 세계시장 규모가 1조달러, 2020년에는 3조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예측이 앞당겨져서 이미 2013년에 세계시장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했다. 2020년에는 5조달러가 될 정도로 예측 불허의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보더라도 전체 제조업 매출 9%를 나노가 담당할 정도다. 고용도 5%나 담당한다.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

과거에는 정부 주도로 성장이 이뤄졌다. 10여년간 4조원 정도가 투자됐다. 최근에는 정부보다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나노 분야 전체 투자 비중을 보면 기업이 95%, 정부가 5% 정도다. 시장이 자생적으로 커나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도 세 가지 정도 병목(bottle neck)이 있다. 첫 번째로 여전히 기술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에서 계속 기술이 나오고 있지만 경제성에 의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노 엔지니어링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노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유효하다.

두 번째로 생태계 문제를 들 수 있다.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라는 표현을 쓴다. 나노 제품에 대한 수요기업 인식은 아직 미진하다. 수요기업이 나노 기술의 진가를 알 수 있도록 가치 사슬 구조를 형성해 줘야 한다.

세 번째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화된 물질 안전 규제, 나노 제품의 사회적 안전성 이슈가 있다. 이런 문제는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객관적 자료나 표준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소비자나 기업에 표시할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는냐에 대한 문제는 기업과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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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록 나노조합 전무=나노 기업의 상시 사업화 지원을 위해 T2B 1단계 사업을 기획해 추진했다. 3년간 19억원이 투입됐다. 금액이 크지 않았지만 파격적으로 기업 대 기업이 제품을 거래하게 되는 성과가 있었다.

나노 기업은 주로 소재를 먼저 개발하는데 납품 뒤에도 성능 개선, 양산성 확보, 최종 제품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수요기업뿐만 아니라 공급기업도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나노 기업이 그 돈을 감당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노조합은 공통의 관심사를 모아보는 장을 마련했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한 역할이 컸다. 기업 간에 애로 사항을 공유했다. 3년간 정부 투자 대비 10배 이상 성과를 냈다. 참여 기업 중 60~70%가 매출이 늘었다. 150개사를 지원해 초도 제품 거래 매출 64억원, 누적 성과 300억가량을 달성했다. 성장을 위한 씨앗을 많이 뿌렸다고 생각한다. 기업 간 공동 제품 개발 협력도 40여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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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노 기업 전망은 밝은 것 같다. 우리 산업을 많이 바꾸고 있다. 나노 기업이 느끼는 사업화 전망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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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설 아모그린텍 부사장=나노를 왜 시작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노 기술로 돈을 버는 건 두 번째 문제다. 산업 트렌드로 보면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산업 사회가 요구하는 길목에 나노 기술이 있다.

제품이 경박단소화되고 집적화된다. 열이 많이 발생하니까 에너지 문제도 대두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큰 도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노 기술이 절실하다. 미래 산업을 주도하려면 그 길목에 있어야 하고 돈을 벌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돈을 벌려면 100가지 정도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한다. 해야 될 일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 중 하나가 나노 산업화 길 속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모그린텍은 2004년 설립된 후 7~9년가량은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면서 3년 전부터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3년 전 200억원대, 2년 전에는 400억원대, 작년에는 73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그 동안 수업료를 많이 냈다. 지금 모든 회사와 국가가 수업료를 많이 내고 있다. 실수도 했지만 그 과정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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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원 나노미래생활 대표=나노 산업이 무엇인지를 정의한다면 한계 기술을 극복하는 기술, 한계 산업을 극복하는 신기술이다. 또 우리나라가 부족했던 부분이 소재 산업이다. 나노 산업은 세계가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형 사업으로, 대기업이 들어갈 수 없는 특화된 부문들이 있어서 충분히 승부가 된다고 생각했다.

회사 설립 후 그 동안 레퍼런스(공급 실적)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누가 써줘야지만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구조다. 어디를 가더라도 누가 썼냐고 묻는다.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최근에는 결과가 나오는 중이다.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산화아연을 먼저 썼다. 학계에서만 알려졌던 항균, 항곰팡이 성능에 주목했다. 유기항균제 시장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2012년부터 계속 나왔다. 그 시장을 산화아연이라는 검증된 소재로 뚫고 가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산화아연이 갖는 물성 중에는 자외선 차단 효과도 있다. 나노화를 극대화되는 성능은 냄새 분해 효과다. 기존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분해하는 데 쓰였던 유기소재 한계가 나노 소재로 극복되고 있다. 소재를 만들고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하다 보니 국내 대기업 채택을 앞뒀다.

국내 대기업과 레퍼런스를 쌓으면서 결과물을 일본으로 가지고 갔다. 그 쪽에서도 채택하겠다고 해서 2015년까지 준비했다. 올해 신설하는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은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수요처를 확보했다. 2016년까지를 회사 준비기로, 2017년 이후를 회사 도약기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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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철 쎄코 대표=쎄코도 설립 5년이 지나서야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혼자라면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공동대표와 함께 극복했다. 기능성 표면처리제는 워낙 다양한 산업에 쓰이고 있다.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자동차, 생활가전이 굉장히 고급화됐다. 생활가전은 이미 고가 제품이 됐다. 표면이 고급화되면서 스크래치 방지, 오염 방지 기능이 요구된다. 정밀화학도 마찬가지다. 태양광은 굉장히 큰 시설을 필요로 한다. 청소를 해야 하는데 표면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오염 방지 기능이 달라진다. 그 부분이 모두 시장이다. 우리 기업이 어떤 제품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시장은 열려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이 렌즈 쪽에 있다. 드론, 무인자동차에 온갖 센서가 들어간다. 센서 안에는 렌즈가 들어간다. 그 틈 사이에서 나노 소재를 다루는 사람들의 역할이 있다. 요구되는 특성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된다. 표면처리제는 기본적인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면 시장이 열린다.

△사회=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나.

△송용설 부사장=나노 기업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아직도 배고프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기대 수준보다는 아직 많이 모자란다. 공급기업이 제품을 개발한 뒤 실제 적용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나노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취한다. 소재나 기술을 앞서서 도입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는 측면이 있다. 사용하게 되더라도 모든 것을 공급기업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 공급자와 수요자 관계가 잘 형성되야 하는데 생산성, 안전성 모든 걸 다 공급기업이 해결해야 한다. 나노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데 할 일이 너무 많다. 인증부터 수요기업 장비 적용, 생산성까지 신경 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 기존의 것을 대체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경우도 많다.

그런 차원에서 T2B는 좋은 정책이다. 좀더 확대해야 하는 것은 수요기업과 만남이다. 아직까지는 공급기업 위주로 운영된다. 수요기업과 만남을 활성화시키고 촉진시키는 것이 다음 단계다. 공급기업이 모여서 나름대로 잘 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요기업과 연결되야 한다. 어떻게 참여시키고 소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나노 기술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수요 기업이 많이 와야 한다. T2B도 온라인화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 있는 사람이 뭔가를 알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찾는다. 외국 고객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나노조합에서 장터 같은 것들을 포함해 온라인으로 운영해주면 어떨까.

테스트베드 인프라도 중요하다.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놓고 나면 부딪히는 게 있다. 대기업이 써준다고 해도 막상 완성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양산을 안 해봤기 때문이다. 나노 쪽에 구축된 인프라 대부분이 MEMS나 반도체 쪽이다. 중소기업 나노 제품의 최종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좀 부족하다. 대국민 인지도, 안전성, 인증 문제도 과제다.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이 데이터가 필요해지면서 떨떠름해지는 경우가 있다.

△강종원 대표=플라스틱, 섬유, 액상까지 전 분야를 망라해 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애로 요인을 느끼는 곳이 섬유 분야다. 산화아연을 집어넣어서 항균 섬유나 자외선 차단 섬유, 초발수 섬유를 만들 수 있다. 수요처는 있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가 부족하다. 실제로 시험하려는 곳이 없다. 양산 시점에서 중간 단계가 없다. 개발해서 공급을 해줘야 하는데 바로 다음 단계가 코오롱, SKC 같은 큰 기업뿐이다. 중간에서 소화할 만한 생태계가 없다.

이런 구조는 문제가 있다. 나노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서 대기업에다가 그걸 통째로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조금 나눠먹는 구조다. 나노 기술은 가공 기술이어서 노하우를 가르쳐줄 수밖에 없다. 공정을 다 가르쳐 준다. 그나마 국내에 공정 기술이 남아 있으면 관리가 된다. 만약 해외에서 그런 거래를 하면 그 쪽에서 다 해버린다. 욕심이 있으면서도 해외로 나가지 않는 건 좀 더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 상대만 키우는 꼴이 된다.

국내 소재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이런 측면이 아주 부족하다. 말 그대로 공동화돼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과 2017년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근데 그 샘플이 다 중국으로 간다. 적당한 파트너가 없다. 내 바이어를 통해서 내가 기술 전수를 할 우려가 있다. 국내 테스트베드가 그만큼 결여돼 있다. 그 결과로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 중지를 모아서 분야별 우선 순위를 정해야 되지 않을까.

△송용설 부사장=다품종 소량생산이 인더스트리 3.0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생각을 조금 바꿔보는 건 어떨까. 이런 테스트베드도 조금 유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거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김홍철 대표=모든 기업이 나노를 생각할 때 R&D에 초점을 맞춰서 출발했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몇 년간 고생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수요기업에 채택이 되면 다시 도약하고 자금과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그 시기를 못 넘기면 무너진다. 대기업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규모가 갖춰진다. 매출이 발생해야 다음 R&D로 갈 수 있는 힘도 생긴다. 그래서 대기업을 찾고 수요기업을 찾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음 R&D, 다음 제품이 또 나올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나노조합이나 정부 지원을 활용하고 있다. 개별 기업도 수요기업을 찾기 위해 각자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공급기업이 활용처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어떨 때는 수요기업이 더 빨리 적용 분야를 찾아서 가져올 때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샘플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먼저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수요처가 보이면 그 방향으로 매진할 수 있다. 수요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소개와 네트워킹 과정이 잘 운영되면 많은 기업이 R&D에 매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R&D로 기술을 확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원활히 이뤄진다.

△사회=중간 단계에서의 검증은 수요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할 것 같다. 기왕이면 한 번 검증된 걸 사용하고 싶어 할 것 같은데.

△강종원 대표=나노 안전성 차원에서도 그렇다. 나노미래생활은 `산화아연`을 강조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제대로 보셨다. 외부로 나가는 광고 문구에는 `나노산화아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저희는 소비재도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나노 물질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인식하면 안 된다.

산업 트렌드는 나노 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나노 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이슈가 있다. 강화된 규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시장에서 또 하나의 축으로 작용한다. 나노 산업은 시장의 기회와 규제라는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공장을 짓다 보니까 화평법, 화관법 같은 안전 관련 규제가 굉장히 강화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업안전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소재를 만드는 화학업체에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여러 기관에서 통일된 규격을 얘기하지 않고 기존의 것들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까 그 사이에서 충돌되는 부분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메탄올을 폭발물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공장을 지을 때 옆 건물과는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된다. 환경영향 평가나 장애요인 평가를 받으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가 들어온다. 그걸 처리하다 보면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가 싶을 정도로 복잡하다. 일부 내용이 중첩되고 어떤 부분은 상충되기도 한다.

최대한 해결하더라도 마지막에 걸리는 것이 있다. 나노 물질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나노 물질을 별도로 취급하라고만 돼 있다. 화평법에 따라 물질안전 등록을 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나노 물질을 별도로 분류한다고 하면 상당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럽 같은 해외에서는 나노 물질을 별도 심의한다. 저희도 방법을 찾고 있지만 나노 물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검증하고 인증해줄 필요가 없다. 산업계에서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노 산업이 기간산업이고 미래 먹거리라면 소재 안전성을 보증해야 한다. 모든 분야는 아니더라도 특정 분야 시범사업을 하면서 로드맵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사업체는 그 내용을 인용하면 된다. 안전에 대해서는 기업이 하는 것과 정부기관이 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사회=이런 애로 사항을 반영해 정부 쪽에서 지원 방향과 의견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정대진 국장=나노 기술의 방향성은 명확한데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우려를 막기 위해 객관적으로 나노 물질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나노 기술이 우리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예견된 게 수십 년이다. 나노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초기에는 근거 없는 공격도 많았지만 지금은 제어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정도 수치까지는 무해하다는 결과가 있다. 수준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지 안전성 자체를 문제 삼는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정부와 학계의 역할은 객관적인 표준을 만드는 것, 국가마다 다른 기준은 협의를 해나가는 것이다. 기업에 자체적으로 독성평가를 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계량화된 수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만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나 수요기업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처마다 기준이 다른 것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살펴봐야 할 문제다.

나노 전문 기업은 대기업으로 바로 넘어가기 전에 중간 단계 생태계가 필요한 것 같다. 소재부품 산업과 아주 유사한 생태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제품이 소재이기 때문에 그렇다. 소재부품 정책을 만들 때 정부가 했던 고민을 참고하고 적용하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정부 R&D 과제도 수요기업과 같이 만들 수 있다. 다 만들어놓고 써보라고 하면 `을`이 된다. 수요기업과 함께 가는 R&D 체계가 필요하다. 사용했을 때 신뢰성을 확보해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개별 기업도 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은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신뢰성 평가 장비, 기준이 필요하다. 대기업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준비가 안 됐다며 정부가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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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산기평 PD=국가 R&D 지원 측면에서 나노 기술은 나노 크기의 범주에서 제어하고 조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나노융합 산업에서 의미하는 혁신 제품을 만드는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많은 분야의 혁신 과정을 한꺼풀 들춰보면 누구나 나노 기술을 사용한다.

R&D 지원 측면에서 첫 번째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보급이 되려면 사용하는 사람이 편해야 한다. 나노 기업이 아니었지만 나노 기업으로 가려는 회사가 있다. 공통적인 애로사항은 나노 소재를 쓰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성능은 좋은데 분산이 어렵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이종 소재와 혼합이나 분산이 힘들다. 나노 기술이 갖고 있는 특수한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나노 소재를 가져다가 누구나 중간재를 만들 수 있도록 플랫폼 성격 R&D를 추진해야 한다. 후발 나노 기업 판로를 열어줘야 한다.

두 번째로 수요기업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적용시 불안감을 잠재우려면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성능 안전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6대 센터를 구축해놨다. 하지만 오래 전에 구축된 시설이어서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마땅히 활용할 만한 테스트베드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공공 연구기관이 갖고 있는 시설이 있다. 기존 연구시설이나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보자. 중소기업 제품의 공인 데이터를 성적서, 인증서 형태로 제공해주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정대진 국장=요즘 가장 화두가 바이오 테크놀로지다. 나노 역시 그 이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노 담당 국장으로서 정부 안에서도 다른 부처와 기업, 국민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겠다.

나노 산업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세 가지 있다. 일단 우리 주력 산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나노 기술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잘할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성장 기반은 마련돼 있다고 본다.

어느 분야 특허가 가장 가치 있느냐를 나타내는 특허가치지수라는 지표가 있다. 경제성, 기술성을 따졌을 때 나노 기술이 월등하다는 자료가 있다. 나노는 굉장히 금진적인 기술이다. 현재 장애를 풀어가는 돌파형 발명이다. 전통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가전, 디스플레이 모두 어렵다. 이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기술력을 나노가 갖고 있다. 추격하는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도 나노에 있다.

인류가 지향하는 방향에도 부합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친환경적인 제품, 저에너지와 고효율이다. 나노의 물적 특성과 들어맞는다. 초고효율전지, 수처리 같은 미래를 여는 신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수요기업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우리가 오히려 행복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나라에는 일단 수요기업이 있다. 다른 나라에는 이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중앙 아시아에 가 보면 나노 기술이 굉장히 발달해 있는데도 기업을 못 찾더라. 우리는 바로 옆에 수요 기업이 있다. 우리 산업이 나노 기술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정리=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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