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강할 것 -> [ON+영화 View] '귀향'-'자백', 스토리펀딩이 보여준 ‘개미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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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영화 ‘귀향’, ‘자백’ 등은 제작비를 스토리펀딩으로 모았다. 앞서 ‘귀향’이 성공사례를 남긴 가운데, '자백'이 스토리펀딩 역사상 최단 속도로 2억 원을 모아 10일 만에 100% 달성률에 도달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야말로 ‘개미들의 힘’이다.

전반적으로 상업성을 띤 주류 영화가 아닌, 사회에 무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들은 제작부터 개봉까지 마땅한 투자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위험 부담이 크고 투자 가치가 낮은 작품에 자본을 가진 이들이 선뜻 손을 내밀 리 없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귀향’은 원래 저예산을 의도하고 만들었던 작품이 아니다. 조정래 감독은 ‘귀향’의 투자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누구 하나 쉽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7만5천여 명이 ‘귀향’을 후원하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아직도 세상에 소개되지 못했을 것이다.

조정래 감독은 “기존에 투자를 받지 못하고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본의 아니게 펀딩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모양새는 거의 처음이다. 한 논문에도 ‘귀향’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실렸다. 물론 결론적으로 그렇게 돼 다향이고 감사한 일이다. 마치 ‘귀향’이 펀딩의 선두주자처럼 여겨지는데, 이미 예전부터 이러한 방법들이 사용돼 왔고,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명확한 인식이 많이 없는 편이다”고 전했다.

스토리펀딩은 뉴스 생산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 또는 소셜 펀딩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미 정보통신 기업이나 영화 제작 등에서는 많이 사용돼 왔다.

‘귀향’을 통해 이러한 활로가 돋보였던 만큼 제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여타 예술인들이 독자적으로 펀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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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또한 스토리펀딩 방식을 취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시민들의 힘이 합쳐져 열흘 만에 2억 원 모금에 성공했다.

‘자백’은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유우성 간첩 사건이 조작된 과정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로, 극장 개봉이 불투명해지자 지난 13일 스토리펀딩을 실시했다. 당초 8월까지 2억 원 모금을 목표로 했으나, 1/8에 해당하는 열흘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다.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전 공감’을 손꼽는다. 후원자들은 일단 해당 영화를 보기 원하는 사람들이기에 영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였던 관객들이 생산자이 입장이 되면서 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품의 다양성이 그 좋은 예시다.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막상 대형 극장가에서는 상업영화 위주로 상영관을 내주기 때문에 대중의 뜻이 십시일반 모여 만든 영화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상영관은 수익을 내기 위한 집단이기에, 이들에게 막무가내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한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진보로 인해 더 이상 영화 촬영에 필름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장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또한 간단한 설비만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을 어디서든지 관람 가능하게 됐다. 지자체 및 마을 단위에서도 이미 훌륭한 기반 시설을 갖춘 곳들이 다수 존재하며, 높아진 대중의 문화의식은 이 모든 것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후원자가 스태프가 되고 투자자가 되는 이러한 ‘개미들의 반란’은 영화계 전반에 걸쳐 조용하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chojw00@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