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어졌다.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과 EU 지역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대외교역이 줄어들면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감소로 부진의 늪이 장기화될 수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정부가 주장하는 3%대 진입은 물 건너갔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브렉시트로 금융업까지 불확실성이 커져 저성장 장기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증시 24일 하루동안 시가총액 3000조원가량 사라져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가까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개표 시간과 개장시간이 맞물린 아시아 증시는 실시간으로 충격파를 받아냈다. 유럽과 미국 증시 역시 일제히 급락해 이날 하루동안 전 세계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만 2조5000억달러가 넘었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브렉시트 결정 전인 23일 63조8136억6000만달러에서 24일 61조2672억달러로 쪼그라들면서 불과 하루 만에 2조5464억달러(약 2987조원)가 증발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1558조6000억원의 1.9배가량 되는 액수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와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지만 파운드화와 신흥국 화폐 가치는 떨어졌다. 반면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와 금에는 투자가 몰렸다.
영국은 전 세계 금리파생상품 거래의 50%, 외환시장 거래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 거래에서 비중이 높아 앞으로도 영국발 타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단기적으로 영국과 유럽의 주가지수가 10∼20%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아시아에서는 일본증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와 인도는 선호시장으로 꼽아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전망이다. 연내 두차례 인상을 내세웠지만 브렉시트가 결정이 돼 버려 하반기 한차례 인상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부서는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 전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기존의 `Aa1`을 그대로 유지했다.
◇추경 확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주장 대두
브렉시트로 우리 경제가 받는 직접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우리는 영국과 교역규모가 크지 않고 영국 경제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도 많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영국 수출은 73억9000만달러로 전체의 1.4%라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 대한 영국의 투자도 지난해 2억60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1.2%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전체로 보면 충격 규모는 커진다. 직접적인 충격보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줘 수출 등 실물경기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확대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3.1%보다 0.3%P 하락한 것으로 정부가 3%대 성장이라는 목표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날 오후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정부는 오는 28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2.8%보다 높은 수치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 지난해 2.6%에서 이어 올해도 2%대로 저성장이 굳어질 수 있다.
우리 기업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KOTRA 런던무역관에 따르면 우리 기업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당장 영국과 교역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2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이 기간에는 기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수요 감소 등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현지 영업전략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 지난 24일 이미 장중에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진 경험이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1차 지지선을 1850선 안팎으로 예상한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브렉시트 우려가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된 데다 이 사안이 펀더멘털 붕괴를 가져올 이슈는 아니라고 본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