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영화 View] 어바웃 흥행코드①, '애국심'과 관객수의 상관관계 /데일리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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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이든 간적접이든 영화에서 애국심을 건드리는 일은 조심스럽다. 과한 애국심을 요구하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어설프게 다뤘다가는 비난만 받는다. 과거 ‘디워’의 경우, 마지막 장면에 아리랑을 집어넣은 것을 두고 찬반 격론까지 일어났었다.

그러나 애국심을 제대로 다루면 그 폭발력은 무시할 수 없다. ‘명량’, ‘암살’, ‘연평해전’, ‘귀향’ 등의 영화들은 보통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거나, 보훈의 달 등 특정 시기와 맞물리면 영화의 흥행 속도는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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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량’, 한국사람 1/3이 관람 ‘전무후무’의 관객수

1597년 조선 수군의 명량대첩을 바탕으로 한 ‘명량’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수를 동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1761만5045명이라는 관객수를 동원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수의 1/3에 해당하는 숫자다. 자의적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어린아이와 극장이라는 곳을 찾지 않는 노년층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명량’을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두 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에서 330척의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그동안 교과서와 위인전을 통해 숱하게 접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슴 속에 울컥 치미는 뜨거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2014년 하반기는 ‘명량’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할 정도로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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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 광복 70주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작품

‘암살’은 소재와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 작품은 대중의 뇌리에 더욱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이야기인 ‘암살’은 치욕의 시간 속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려고 했던 조상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1270만5783명. ‘암살’을 관람한 관객수다. 비슷한 시기 극장가에서 ‘베테랑’이 1341만42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암살’ 또한 ‘명량’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누렸다.

앞서 ‘명량’과 더불어 과거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울분은 상상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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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향’, 국민이 마케팅한 영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배경으로 써 내려 간 ‘귀향’은 개봉 당시 배당된 상영관은 51개였다. 하지만 ‘귀향’의 후원자들은 자발적으로 홍보를 시작, 포털사이트에는 ‘귀향’의 상영관을 늘려 달라는 청원이 이어졌다.

누구나 다 아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룬다 했을 때 상업영화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제작마저 무산될 뻔 했다. 결국 7만5000여 명의 국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배우, 제작진들의 재능기부로 ‘귀향’은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예매율 1위를 달성한 ‘귀향’의 개봉관은 처음의 10배에 달하는 512개에 이르렀고, 총 358만6329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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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해전’, 모두가 기억해야 할 그 날의 참사

연평해전은 1999년 6월15일과 2002년 6월29일, 2차례에 걸쳐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에 발생한 해상 전투를 말한다. 영화에서는 2002년 6월29일 한일월드컵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당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축구에 쏠려 있을 때 연평도에서 일어난 우리 해군들의 숭고한 희생을 다뤘다.

관객들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의 모습과 북한의 포격에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참수리 고속정 357호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 아들이었던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결과 604만4537명의 관객이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대중의 애국심을 자극한 결과,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상업적 논리를 떠나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인식되며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심지어 상영관이 확대되기도 했다. 애국심을 밑바탕으로 한 ‘대중 마케터’들이 낳은 결과물들이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