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방송 View] ‘SNL 코리아’, ‘연예인 논란 세탁기’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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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SNL코리아7' 공식 페이스북

신랄한 풍자와 일침, 수위 높은 성인 코미디 콩트로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던 케이블방송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이하 ‘SNL’). 하지만 시즌이 계속 바뀌면서 ‘SNL’만의 색깔은 옅어지고 현재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 코스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듣는다.

지난 2011년 12월 첫 번째 시즌을 시작한 ‘SNL’은 토요일 밤을 책임지는 tvN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호스트로 출연하는 스타들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콩트임에도 순발력 넘치는 연기를 펼치는 크루들의 활약은 이 프로그램이 5년 가까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데 일조했다.

이와 더불어 참신한 소재와 뜨거웠던 이슈를 빠르게 반영한 코너는 ‘SNL’만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여의도 텔레토비’와 방송 초기 ‘위크엔드 업데이트’ 코너의 경우 거리낌 없는 시사 풍자와 비판으로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줬다. 정치인들이 직접 ‘SNL’에 출연해 대담과 콩트를 넘나드는 모습은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현재 ‘SNL’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사라졌다.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며 ‘위크엔드 업데이트’에서 한 주간의 사회 이슈를 다루기는 하지만 풍자 수위는 현저히 낮아졌다. 그마저도 크루들의 개인기에 의존하기 바쁘다.

이에 ‘SNL’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욱 PD는 “다섯 번째 시즌부터 방송 시청연령 등급이 15세 이하로 바뀌면서 적나라한 풍자 대신 즐거운 웃음을 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며 “초창기만큼의 시사 풍자는 아니지만 ‘SNL’에서 풍자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최근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세태 풍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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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SNL코리아7' 방송 캡처

또, ‘SNL’에게는 논란이나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이 방송 컴백을 위해 ‘이미지 세탁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반갑지 않은 타이틀도 생겼다.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던 방송인 이수근과 탁재훈 등은 ‘SNL’을 통해 복귀 신고식을 치렀으며 말다툼 논란으로 이슈가 된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은 각각 호스트 출연과 크루 합류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을 비롯해 논란을 일으킨 후 ‘SNL’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모두 직설적인 ‘셀프 디스’로 웃음을 자아내면서 시청자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구했던 기존 복귀 방식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콩트를 펼치며 과오를 ‘셀프 디스’하는 방식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셀프 디스’가 너무 잦은 탓에 대중은 연예인들이 사과를 위해 ‘셀프 디스’를 하는 게 아니라 방송 복귀를 위해 ‘셀프 디스’를 한다고 의심을 품게 됐다.

‘SNL’에 호스트로 출연했던 탁재훈은 “이 곳이 상암동에서 제일 큰 세탁소라고 해서 소문 듣고 왔다”며 “이태임이 ‘이미지를 감쪽같이 세탁을 해 준다’고 추천해줬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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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SNL코리아7' 방송 캡처

뿐만 아니라 아직 민감한 소재를 스스럼없이 개그 코드로 활용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지난 11일 방송에는 크루로 출연 중인 개그맨 유세윤이 ‘나만 불편해?’ 코너에서 현재 성폭행 논란으로 자숙 중인 친구 유상무를 대신해 ‘셀프 디스’를 행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세윤은 “친구가 사고 쳤을 때 같이 자숙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절교했다던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함께 크루로 출연 중인 개그우먼 강유미는 “쓰레기 구정물들이다”라고 독설을 날렸다.

거침없는 돌직구 세례와 ‘셀프 디스’는 보는 이들의 웃음을 유발시켰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코너 이름처럼 ‘나만 불편해?’라고 다른 이들에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김 PD는 “프로그램 자체가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성이 강한 소재를 다루는 방송이다. 게다가 매회 바뀌는 호스트를 위한 콘셉트를 짜다 보니 이슈가 되는 분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논란이 되는 대상도 몇몇 분들만 출연한 건데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서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 화제성이 있어야 하다 보니 논란이 된 연예인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SNL’만의 특성을 강조했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