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View] ‘엑스맨: 아포칼립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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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엑스맨: 아포칼립스' 포스터

“‘엑스맨: 아포칼립스’(이하 ‘아포칼립스’)는 망했다. 이유가 뭐냐고? 재미가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관객들에게서 나온 말이 아니다. 기자, 홍보사, 배급사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 나왔다. 그것도 영화가 첫 선을 보인 기자시사회가 끝난 시점부터 돌았다.

다른 히어로물과 달리 ‘아포칼립스’는 개봉 3주차에도 300만을 돌파하지 못하고 이대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많은 영화관계자들이 시사회 당시부터 지난 시즌인 ‘엑스맨: 데이지 오브 퓨쳐’에 비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화 개봉 전에는 극장관계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상업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재미있다고 판단해야 스크린 수를 많이 얻을 수 있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아포칼립스’는 여느 할리우드 히어로물과 비슷하게 개봉 첫 날인 5월25일 1216개(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의 스크린을 차지했다. 하지만 둘째 날 1174개로 떨어졌고, 금요일인 셋째 날에는 1216개로 비슷한 수로 회복했으나, 개봉 일주일 뒤부터는 600개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곡성’이 개봉 첫날인 5월12일 ‘아포칼립스’보다 적은 1122개의 스크린을 확보했으나 둘째 날 1249개, 셋째 날에는 1468개 등 점차 스크린수가 늘어났고, 개봉 2주차에도 꾸준히 1200~1300개의 스크린을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봉 3주 동안 국내영화인 ‘아가씨’와 ‘곡성’ 사이에 끼어있던 ‘아포칼립스’는 10일 402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박스오피스 7위로 떨어졌다. 누적관객수는 270만 명이다. 주말에 애니메이션이나 블록버스터에 관객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오는 주말 300만을 채울 가능성도 있지만, 지난 9일 기대작인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정글북’ ‘컨저링2’ 등이 개봉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많은 관객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기록한 270만 명의 관객수가 반드시 적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아포칼립스’의 이전 작이자 ‘엑스맨’ 7번째 작품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431만3871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박스오피스 역대 90위에 올랐었다. 이에 후편인 ‘아포칼립스’ 역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블 히어로물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에서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들은 속편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더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기대작으로 꼽혔다.

장르적으로도 할리우드, 히어로, 판타지, 액션블록버스터 등 관객들을 유혹할 요소가 많았다. 또한 메인 캐릭터만 12명이며, 그 멤버들이 제임스 맥어보이, 제니퍼 로렌스, 마이클 패스벤더, 오스카 아이삭 등 할리우드에서 최고 배우로 불리는 인물로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뤄졌기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수의 영화관계자는 “밋밋한 전개가 반복돼 지루하고, 유치하다” “유사작들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져 임팩트가 없다” “몰입을 유지하기에도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이외에도 ‘아포칼립스’는 프리퀄의 마지막 작품으로, 전 편을 꼭 봐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시리즈물이라고 꼭 예습을 할 필요는 없지만 ‘아포칼립스’는 앞선 시리즈를 연결해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꼭 전편을 보지 않아도 되는 스토리를 가진 것과 다른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대에서 깨어난 최초의 돌연변이이자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적’으로 설명된 아포칼립스가 엑스맨들에게 너무 쉽게 당한다는 것이다. 아포칼립스를 수호하는 4명의 포 호스맨 역시 너무 밋밋하다는 것 역시 큰 흠이다.

아포칼립스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했으나 정작 본인들이 살아남지 못하면서 영화계의 ‘강자’ 싸움에서 탈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