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아가씨’는 개봉 첫날인 지난 1일 28만948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종전 ‘내부자들’이 가지고 있던 23만949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580만 관객을 동원했던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흥행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분)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 스스로가 “내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라고 밝힌 것처럼 관객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가씨’는 지난 7일 정오 기준 23.6%(이하 동일)의 예매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엑스맨: 아포칼립스’, ‘곡성’의 기세가 많이 꺾이긴 했지만,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9일 개봉하는 ‘정글북’과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예매율은 ‘아가씨’에 뒤지지 않는다. ‘정글북’과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각각 20.4%와 18.6%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두 영화가 상대적으로 관람객의 폭이 넓은 12세 관람가임을 감안한다면, 청소년들이 몰리는 주말 극장가는 이들 작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글북’은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의 아이 모글리가 유일한 안식처였던 정글이 더 이상 그에게 허락되지 않는 위험한 장소가 된 것을 깨닫고, 그를 지켜줬던 정글 속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모험을 담은 작품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제작진과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 감독이 120년간 사랑을 받아온 소설 ‘정글북’을 실사로 재현한 이 작품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CG로 기대를 모은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세상의 운명을 건 인간과 오크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사의 첫 공식 극장판 영화로, 국내에서도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게임 속 판타지 세계를 실사영화로 구현하기 위해 ‘인터스텔라’, ‘쥬라기 공원’,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에 참여하며 판타지에 일가견이 있는 제작진이 대거 투입, 약 1년의 프리프로덕션 기간과 2년에 가까운 후반 작업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게임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처럼 6월 극장가의 초반 승기는 ‘아가씨’가 차지한 가운데, ‘정글북’과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경쟁에 불을 붙였으며 다음 주인 16일에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와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 등이 잇따라 개봉하며 더욱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