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이란과의 무역거래 과정에서 원화 결제 계좌밖에 사용할 수 없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협력한다. 대북제재 관련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해서도 양국 협력을 강화한다.
기획재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갖고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담에서 유 부총리는 한국 기업이 이란과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로화 결제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설명했다.
우리 기업이 이란과 거래할 수 있는 규모는 3조~4조원대로 알려진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국내 원화 계좌 뿐이다. 미국 달러화를 통한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은 이란 기업이 선호하는 유로화 대체결제시스템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유로화 송금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미국의 제재법령 위반에 해당될 수 있어 시스템 구축이 미뤄져왔다.
이에 대해 루 장관은 “한국 기업 애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적극 지지하며 미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한데 대해서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루 장관은 광범위한 제재 대상자 지정, 개성공단 폐쇄 등 한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 제재조치를 높이 평가하며 “북한 태도에 변화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한미 양국간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양국은 거시경제 상황과 정책방향에 있어 서로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루 장관은 앞서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평가한 바와 같이 “한국이 (외환시장에) 일방향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유 부총리는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며, 환율 급변동 등 예외적 경우에만 시장안정 노력이 이뤄진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이외에도 유 부총리는 한국 정부가 TTP에 참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고, 루 장관은 앞으로 TPP 관련 협력을 심화해 나가자고 호응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