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Mnet 예능프로그램 ‘음악의 신2’가 ‘노잼’(No+재미)이 될 위기에 놓였다. ‘음악의 신2’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때문이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2016년 제20차 방심위 소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소위원회에서는 ‘음악의 신2’를 비롯해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했다.
권고 조치를 받은 ‘동상이몽’과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비해 ‘음악의 신2’는 조금 더 무거운 제작진 징계와 주의 경고조치를 받았다. 방송심의규정 제21조(인권보호) 3항, 제27조(품위유지) 2호와 5호, 제51조(방송언어) 3항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방송에서 '음악의 X신', 'CIVA' 등 장애인 비하 비속어와 욕설에 가까운 말투를 사용한 게 화근이었다. 이와 더불어 백영광이 탁구공을 입에 넣었다가 나인뮤지스 멤버 경리에게 뱉는 장면이 지적사항으로 거론됐다.
이날 소명을 위해 소위원회에 참석한 Mnet 황금산 편성팀장은 "방송에 부적합한 언어와 행동이 많은 시청자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음악의 신2'가 갖고 있는 특성과 장르가 기존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거의 모든 내용이 드라마 요소가 가미된 자학적 블랙코미디”라며 “시청자들은 대부분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방심위의 지적사항이 프로그램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계속 욕설을 연상케 만드는 묵음처리와 자막은 문제가 확실히 있다. 이런 대본으로 시청자들에게 뭘 보여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황 팀장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음악의 신2’에서 비속어 남발과 과도한 상황 설정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점은 제작진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다. 건전한 가정생활 보호에 관한 사항, 아동 및 청소년의 보호와 건전한 인격에 관한 사항 등 여러 심의규정에 위배되는 점들을 지적한 건 방심위의 온당한 역할이다.
하지만 같은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프로그램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의 신2’는 모큐멘터리(마치 허구의 상황이 실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 장르의 TV 프로그램)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으로, 다른 방송들과 달리 시청자들이 마치 실제 상황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예능이기 때문에 웃음도 함께 유발해야 한다.
그러나 출연진들의 애드리브로 절반 이상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음악의 신2’에게 방심위의 징계는 ‘웃음 금지령’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
대본에 구애받지 않고 프리 롤(Free-role)로 활약하던 출연진들의 애드리브는 이번 징계로 인해 수위 조절을 신경 쓰느라 조심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들의 대본과 편집 또한 방심위의 눈치를 보느라 ‘음악의 신2’ 특유의 B급 개그 코드를 당분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음악의 신2’ 제작진은 “프로그램 고유 아이덴티티를 살리며 방송심의규정과 시청자의 정서를 고려해 더욱 성숙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지만 징계 여파는 지난 2일 방송한 5회에서도 나타났다.
지적사항이었던 팀 이름 CIVA가 묵음처리 되면서 그룹명조차 제대로 부를 수 없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병맛’ 코드도 평소에 비해 약해졌다. 방심위의 융통성 없는 징계가 아쉬운 부분이다.
방심위는 이전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심의규정 적용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은 적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무한뉴스-건강합시다’ 코너에서 당시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메르스 예방 포스터 내용대로 ‘낙타, 염소 등과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방심위는 ‘무한도전’이 중동국가 지역을 언급하지 않아 국내 염소농가 등에 피해를 유발시켰다는 이유로 방송심의규정 중 제14조(객관성) 위반을 적용해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건전하고 품위 있는 방송문화 정착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프로그램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융통성 없는 징계는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 반쪽짜리 징계일 뿐이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