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본 전력소매 시장이 전면 자유화됐다. 지금까지 가정은 전국 10개 전력회사가 각자 지역에 대해 전력 공급을 독점, 소비자가 다른 전력사의 전기를 구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소비자는 자유롭게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전력 소매 자유화 이후 전력회사를 바꾼 고객은 4월 말 기준 82만건이다. 일본 전체 가정용 전기 계약자 수(6260만가구)의 1.3%에 해당된다. 지금도 계약 변경 고객은 증가하고 있지만 예상만큼 큰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전력회사를 변경한 상태가 계속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신규로 참여한 전력회사(이하 신전력회사)와 비교해 기존의 전력회사가 발전 능력 등에서 경쟁력이 압도하기 때문에 앞으로 고객 이탈도 충분히 예상된다. 신전력회사 가운데 현재 계약 변경 고객을 가장 많이 획득한 도시가스 회사는 오는 2017년 실시될 도시가스 소매 전면 자유화에 따라 반대로 가스 이용 고객을 기존의 전력회사에 빼앗기는 걸 우려할 정도다. 그렇다면 일본 전력소매 시장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 이런 고민에 앞서 일본 정부가 왜 전면 자유화를 단행했는지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전력 자유화 이전에는 1개 전력회사가 전기 공급을 독점해 왔다. 이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전기사업이 재편될 때부터 생겨난 구조다. 국가 관여를 줄이고, 민간 활력을 이용하고, 발전부터 송배전·소매까지 일괄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기요금은 설비 건설·운전, 인건비, 광고비 등 소요된 비용을 토대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전력회사는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었고, 전기요금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됐다. 이를 `총괄원가 방식`이라고 한다. 지역 독점과 총괄원가 방식이라는 두 가지 구조가 일본이 질 높은 전력 인프라를 보유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 고도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발전소 건설 계획에 국가가 강하게 관여하고 있었다. 전력회사 간 경쟁이 없었기 때문에 비용과 서비스에 대한 의식이 낮았고, 다른 국가보다 더 높은 전기요금을 지불해 왔다. 1980년대 이후 급격한 엔화 하락으로 높은 전기요금은 수출산업에서 골칫거리였다.
이 때문에 2000년 이후 대규모 전력 사용자부터 전력 자유화가 순차 도입되기 시작했다. 2000년 당시 전력 자유화가 도입된 건 가격 경쟁을 도입, 전기요금을 낮추는 게 목표였다. 이 목표에 따라 2002년에 전기요금 전면 자유화 검토가 제안됐다. 정부심의회에서 자유화를 주장한 사람은 당시 도쿄전력 사장인 미나미 노부야였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등 자유화에 대해 도쿄전력이 적극성을 보인 셈이지만 배경에는 자유화를 받아들이는 대신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던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부의 압력을 줄이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 발언 직후 도쿄전력 원자력발전 데이터 조작 사건이 발각되면서 미나미 사장은 사임했다. 그리고 도쿄전력은 전력 자유화에 대한 정부심의회 참가 기회를 잃게 된다. 2010년까지 전력 소매 전면 자유화에 대한 화제는 중단된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전력 소매 전면 자유화는 경쟁을 통한 전기요금 인하가 아니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 사고도 하나의 계기가 됐지만 원자력 정책 전반 또한 직접 계기가 아니었다.
일본이 전력 시장을 전면 자유화하기로 한 것은 스마트 미터 도입으로 대표되는 전기 사업 정보기술(IT)화를 언젠가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있었고, 그 일정을 앞당긴 것이 동일본 대지진이 된 것이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발표한 에너지 정책 가운데 스마트그리드 도입에 대한 내용이 크게 다뤄졌다.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의미는 전기 사업 IT화에 의한 창조적 시장 파괴였다.
모토하시 게이이치 인코어드테크놀로지재팬 마케팅본부장 k.motohashi@encored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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