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피에스타(재이, 차오루, 예지, 린지, 혜미)는 올해로 데뷔 5년차를 맞았음에도 딱히 손에 꼽을만한 대표곡이 없다. 이들은 지난 2012년 데뷔해 신곡 ‘애플 파이(APPLE PIE)’를 공개하기 전까지 총 다섯 번의 디지털 싱글, 두 번의 미니앨범을 발매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신곡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일곱 차례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피에스타가 ‘애플 파이’로 노래 제목처럼 달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작곡가 라이언 전과 작사가 서지음이 의기투합해 탄생시킨 '애플 파이'는 신스팝을 기반으로 한 강렬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댄스곡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애플파이에 비유해 그를 유혹하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그린 가사가 돋보인다.
피에스타는 이번 신곡을 통해 한층 상큼ㆍ발랄해진 모습을 선보일 태세다. 가장 최근 활동했던 곡 ‘미러(Mirror)’에서 멤버들이 고혹적인 섹시미를 보여줬다면 ‘애플 파이’ 활동에서는 더욱 사랑스럽고 친숙한 매력을 뽐낼 계획이다.
비비드한 컬러감을 가진 뮤직비디오 또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재이는 러블리한 파티셰, 린지는 섹시한 승무원, 혜미는 귀여운 메이드, 예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구원, 차오루는 동화 속 백설공주로 분해 각양각색의 매력을 과시했다.
이와 더불어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차오루의 가상 남편을 맡고 있는 개그맨 조세호가 뮤직비디오에 특별 출연해 더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소속사 로엔트리는 “피에스타를 찾는 곳이 있다면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어디든지 찾아가 ‘애플 파이’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피에스타와 함께 이번 여름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피에스타지만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동안 발표했던 노래들 중에서 데뷔곡 ‘비스타(VISTA)’가 그나마 대중의 귀에 익었을 뿐이다.
피에스타라는 그룹명도 얼마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었다. 예지와 차오루가 각각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두각을 나타내며 팀 이름도 덩달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예지와 차오루의 활약으로 피에스타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소속사 또한 적기를 놓치지 않고 지난 3월 1년 만에 새 미니앨범 ‘어 델리케이트 센스(A Delicate Sense)’를 발표했다.
그러나 피에스타가 콘셉트로 내세운 새드 섹시(Sad Sexy) 코드는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미친개’를 부르며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예지와 엉뚱하고 명랑한 캐릭터로 주가를 올리던 차오루의 섹시 코드는 이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새 앨범 활동마저 부진한 성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피에스타는 심기일전해서 신곡 ‘애플 파이’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는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백아연의 ‘쏘쏘’ 등 감성 충만하고 달달한 느낌의 곡들이 상위권을 굳게 지키고 있다.
같은 걸그룹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트와이스와 에이오에이(AOA)의 인기는 여전히 굳건하며, 지난달 30일 컴백한 씨엘씨(CLC), 1일 정오 신곡 ‘엘라이(L.I.E)’를 발표한 이엑스아이디(EXID), 이달 중 가요계에 복귀하는 씨스타, 다이아 등도 피에스타가 넘어야 할 산이다.
피에스타의 신곡이 공개된 지 이제 하루밖에 안 지났지만 ‘애플 파이’ 음원 차트 성적은 좋지 않다. 조금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이번 콘셉트 또한 대중의 마음을 얻기에는 살짝 부족해 보인다.
차라리 포미닛이나 마마무처럼 걸크러시(Girl Crush) 콘셉트로 활동해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 보여줬던 예지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단계기 때문에 초반 성적에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팀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레드오션에서 확실하게 돋보이는 피에스타만의 위닝샷(Winning shot)이 없다면 이번 활동도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곱 번 넘어지고 정상을 향해 여덟 번째 도전에 나선 피에스타다. 이들의 ‘칠전팔기(七顚八起)’ 도전이 빛바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한 방’이 필요하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